“놀이터는 장애가 있는 나를 밀어냈지만, 계속 놀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은 2019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또래를 보며 장애를 실감했지만, 집에서 TV만 보기보다 놀이터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 노원·영등포구에 들어선 통합 놀이터… 주민도 호평
서울 노원구와 영등포구에 들어선 통합 놀이터는 호평을 얻고 있다.
앞서 국제 구호개발 비영리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노원구·코오롱과 함께 장애아동 가족과 교사들의 놀이기구 제안 등을 토대로 2018년 마들 체육공원에 ‘초록숲 놀이터’를 탄생시켰다. 보호자가 장애아동을 안고 탈 수 있는 미끄럼틀 외에 △보호자나 친구와 같이 탈 수 있는 다인용 그네 △휠체어에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회전무대 △몸을 혼자 가누지 못하는 장애아동을 위한 ‘누워서 타는 시소’도 인기라고 한다.
이듬해 영등포구 당산공원에 들어선 ‘너와 나, 우리 모두의 놀이터’도 장애아동 편의를 적극 고려했다. 이곳에도 지면과 높이 차가 없어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회전무대가 있고, 아동 2명이 함께 탈 수 있는 ‘바구니 그네’가 있다. 회전무대에는 휠체어 표식을 넣어 장애아동을 위한 기구임을 알렸다. 지난 14일 당산공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모든 아이가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다면, 서로 마음을 열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통합 놀이터를 높이 평했다.
◆놀이터에 못 들어가는 ‘휠체어 그네’… 세계적 소프라노의 기부도 무색
다만 현행법상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기구의 안전인증 기준이 없어 미비점으로 지적된다. 그런 탓에 ‘휠체어 그네’는 놀이터에 설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휠체어에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이 그네는 안전인증을 받은 기구만 놀이터 안에 놓을 수 있다는 법에 가로막혀 있다. 고육지책으로 복지기관 또는 놀이터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설치되는데, 그만큼 이용에는 제한이 따른다. 놀이터 인증 기준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앞서 국내 여러 도시에 휠체어 그네를 기부한 바 있다. 놀이터 대신 장애아동을 위한 기관 등으로 옮겨진 실정임에도 올해도 기부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조씨 측은 지난 15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장애인 배려는 국격을 결정하는 잣대”라며 “놀이터 내 설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9일 장애아동의 놀 권리 증진을 위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대부분 놀이기구는 장애아동이 탈 수 없고, 통합 놀이터를 찾으려면 동네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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