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개발사 대표가 서비스 종료 두 달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벤처 투자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루다로 얻은 성과를 발표했는데, 관련 서비스 이용자들은 물론 투자·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강연에서 이루다 서비스 준비 과정의 과실에 관해서는 "개인정보 및 혐오·편향 제거 등 숙제가 많다는 점도 많이 배웠다"는 정도로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연애의 과학'을 썼다는 한 이용자는 "정부 조사 결과에 따라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이 공식 석상에 나와서 성과를 자랑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자리를 만들어준 투자자 협회 쪽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가 "인간 수준 대화가 가능한 AI를 만들겠다"며 '제2의 이루다'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 등으로 약 100억건의 카톡 대화를 수집해 이중 1억건을 추려 이루다 개발에 썼다.
이 회사는 개인정보 유출·남용 논란이 불거지자 이루다 개발에 쓰인 1억건의 데이터베이스(DB)는 폐기하겠다고 밝혔으나, 100억건의 원본 DB는 폐기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에 참여 중인 한 이용자는 "이루다 같은 AI를 다시 개발한다는 것인데, 기존에 쌓아둔 개인정보를 제대로 동의받지 않고 또 재활용할 것이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VC·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투자자들 앞에 서는 스캐터랩의 사정이 이해가 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 주요 투자사 중 한 곳인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스캐터랩 관련 영업권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스캐터랩이 AI 스타트업으로 간판을 유지하고 싶으면 새 투자자를 찾기 전에 소비자 신뢰를 먼저 회복하는 것이 순서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이용자가 신뢰하지 않고 외면하면 의미 없다"며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이면 투자나 채용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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