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버들 나무 심는 걸 막을 방법은 없어요.”
경기지역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가 땅투기 수법으로 알려진 묘목 심기에 대해 전한 말이다. 그는 “농지 취득 시 서류나 현장조사 절차를 거치고 필요한 경우 (소유자) 면담을 거친다”면서도 “사실상 승인이 거부되는 경우는 없고 보완점을 마련하는 식에 그친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자체에서 농지 취득 업무를 하는 공무원 B씨도 최근 용버들 나무가 심어져 있는 농지를 발견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했다. B씨는 “소유자가 영농계획서에는 채소를 경작한다고 했지만, 현장에 가보니 용버들 나무와 또 다른 관상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작을 한다고 신고한 땅에 창고나 건축물이 들어서는 등 가시적으로 농지가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들도 제도와 인력의 한계로 형식적인 사후관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B씨는 “매년 농지를 조사하고 있지만 전수조사를 할 수는 없다”며 “최근 신규 취득한 농지에 대해서만 농지로 사용되는지 확인을 한다”고 했다. A씨도 “기획부동산이 의심되는 경우 원상복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투기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제도적 한계가 명확하고 부서의 인력도 부족하다. 내부에서도 기피하는 부서다”고 토로했다.
LH 사태로 농지가 투지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정부는 농지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투기를 막기 위해 1000㎡ 미만 농지를 매입할 때도 영농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000㎡를 초과하는 면적에 대해서도 투기가 이뤄졌던 만큼 투기 근절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지자체의 인력이 부족해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세형 경실련 경제정책국 팀장도 “경작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도록 하는 전담 기구를 출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