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해 2+2회담을 개최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과 2+2 회담을 하는 나라는 일본·호주·한국 세 나라밖에 안 될 정도로 중요한 회담이라 할 수 있다. 이번 2+2 회담은 바야흐로 숨 가쁘게 전개될 동북아 외교전쟁의 서막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대중국 정책과 대북정책 조율, 한·미·일 안보협력 방안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의지는 트럼프 시대와 별반 달라진 게 없을 정도로 확고하다. 다만 그 방식에서 핵심적 차이는 동맹과 우방들을 엮는 네트워크로 중국을 다자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이미 시작된 인도·태평양 전략과 미·일·호·인 4개국 협력체인 쿼드, 여기에다 한국, 뉴질랜드, 베트남이 포함된 쿼드 플러스는 가장 중요한 기제라 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을 거쳐 간 블링컨 장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곧이어 앵커리지에서 중국 측 인사들과 만나 양국 간의 관심사와 우려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처럼 숨 가쁘게 전개되는 동북아 외교전쟁에서 한국이 낙오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한국에 당장 떨어진 발등의 불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외교를 조율하는 문제다. 그 중심은 쿼드와의 협력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의 쿼드 플러스 참여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이 이에 참여하면 그것은 곧 중국을 적대시하는 군사동맹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보복을 초래해 한국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면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쿼드는 구체적인 형태가 없고 제도화도 안 된 안보협력 논의의 장일 뿐이다. 쿼드가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인도의 입장 때문이다. 인도는 포용성을 강조하는 한편 쿼드의 군사화에 반대한다. 중국을 대놓고 적대시할 경우 일본이나 호주도 쿼드에 동참하기 어렵다고 본다. 아직 쿼드는 4개국 정상들이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밝힌 대로 ‘공동의 비전 증진과 평화·번영 보장에 헌신하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유연한 그룹’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 쿼드 국가들과의 협력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