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숙자 대한노인체육회장 초등교 교사로 사회 첫 발… 8년간 교편 결혼하며 교단 떠났지만 사업가 변신 교육혁신 소신에 시교육위원 출마해 16대 총선에선 비례의원 당선되기도
정치가의 길도 걸었지만 교직이 천직 강의할 때는 신명나고 피로감 못 느껴
한국 조만간 세계 1위의 초고령국가 노인들을 위한 준비·실천이 부족하면 질병·고통·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 지자체·지방의회의 관심·지원이 절실
정부 예산 확보와 회원 배가운동 전개 재외동포도 아우르는 체육회 만들 것
강숙자(76) (사)대한노인체육회장은 “맞춤형 노인체육, 전문성 있는 노인건강증진 프로그램 운영과 노인스포츠 대회 개최 등을 통해 노인의 건강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한노인체육회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체육인 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범과 화합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대한노인체육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에 선출된 강 회장은 “우리나라 노인의 기대수명이 10년 이내 여성 90.8세, 남성 84.1세로 남녀 모두 세계 1위의 초고령 국가로 진입할 것”이라며 “건강수명 연장과 노인체육 정책에 대한 준비와 실천이 부족하면 노인들이 질병과 고통, 경제적 어려움으로 불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건강하고 행복한 노인의 삶과 세상을 위해 국가의 올바른 정책 수립과 지방자치단체, 지방 의회 등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난해 국회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으로 노인체육의 진흥에 관한 제10조 2조항이 신설됐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야 하며, 노인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한 맞춤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이 ‘국민체육진흥법은 고령화 시대에 급증하는 노인들의 체육활동에 대한 열망과 욕구 등 달라진 여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체육회에 대한 조세 감면 등을 골자로 하는 노인체육진흥법을 지난달 발의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호평했다.
강 회장은 “정부 예산 확보, 현재 80만 명의 회원 배가 운동 전개, 정부에 노인체육을 포함해 노인 문제를 전담하는 노인부 신설 추진, 국내 조직이 끝나면 재외동포까지 아우르는 노인체육 단체로 만들 것”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 “산업화, 민주화 주역으로 피땀 흘린 노인들이 권익은커녕 예우조차 제대로 못 받고 있다”며 “대한노인체육회는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노인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을 통해 노인의 삶이 건강하고 행복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노인 스마트폰 방송국’을 개설해 모바일로 대한노인체육회 중앙회 임원과 회원, 회원 상호 간에 소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대한노인체육회 중앙회 사무실을 여의도 국회 근처로 이전할 계획이다. 초등학교 교사, 대학교수, 사업가, 여성 최초로 부산시교육위원회 의장, 국회의원, 대한노인체육회장은 강 회장 삶의 궤적이다. 그는 “여성이 남성의 3배 정도의 능력이 돼야 그들의 대표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라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여성으로 사회 활동을 하며 어려움이 작지 않았으며, 부단한 노력만이 유리천장을 깨는 비결임을 강조한 것이다. 50대에 부산시 교육위원회 의장, 대학 강의, 대학원 박사 과정 이수, 병원 경영하며 ‘1인 4역’을 한 그는 성취욕이 남다르다. 강 회장의 임기 4년 동안 대한노인체육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회장으로서 향후 계획은.
“회장은 봉사하고 베푸는 자리다. 노인체육의 여건을 개선하고, 전문적이며 조직적 형태로 전환하는 등 노인체육의 진흥을 전담하는 책임주체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노인의 행복은 자신이 건강하고, 자식이 효도해야 가능하다. 걷기, 맨손체조, 윷놀이, 자치기, 탁구, 게이트볼 등 노인이 즐겁고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건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다. 노인의 86.4%는 경증이든 중증이든 만성적인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노인의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체육활동을 일상화해야 한다. 효(孝) 문화 풍토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 나가겠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도리를 다해야 한다. 부모는 부모로서의 책무를 소홀히 하면 안 되며, 자식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는 자식의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야단치기보다 조금만 잘하면 칭찬하고 격려해야 한다. 자식도 부모 말을 거역하기보다는 잘 따르고 배울 점을 배워야 한다. 아내가 자식 보는 앞에서 남편을 인정하고 치켜세워야 자식이 아버지를 존경한다. 김 박사님(남편)은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집안에서 늘 효 문화의 모범을 봐왔다.(강 회장은 인터뷰에서 김수철 성형외과 원장이며 의학박사인 남편을 ‘김 박사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대한노인체육회 위상 제고 및 노인체육 진흥 방안은.
“노인체육 종목이 전국체육대회에 정식으로 채택되고, 노인들의 국제스포츠 교류를 확대해 노인체육회의 위상을 높이겠다. 회원들의 자기 개발지원도 아끼지 않겠다.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한노인회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평생 체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과학적인 운동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 전국 시·도별 조직을 완료했다. 국회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부산시의회 등 지방 의회에서도 노인체육 진흥 조례안이 통과되는 등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시·군·구 조직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대한노인체육회 회원이 80만 명인데, 회원 배가 운동을 전개해 조직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 65세 이상은 자동으로 회원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들이 대한노인체육회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며, 보람 있고 건설적인 삶을 꾸려 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초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는데 소회는.
“경남 밀양과 김해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8년간 교단에 섰다. 과학경시대회, 수업 연구회, 논문연구대회 등에서 교육감상 5개를 받았다. 당시 교육감상 5개를 수상하면 2년 경력이 추가돼 계속 교직에 있었으면 다른 사람보다 10년 빨리 교장 승진이 됐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결혼하며 교직을 떠났지만 항상 교직에 대한 꿈은 버리지 않았다. 교직자는 사랑과 사명감으로 학생을 가르쳐 제자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자 제 역할을 할 때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첫 발령을 받은 밀양초등학교 교사 시절에 반장을 한 최광명 군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똑똑하고 착한 모범생이었다.”
―사업가로 변신한 동기는.
“결혼 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샐러리맨인 김 박사님(남편)을 설득해 병원을 차렸다. 김 박사님은 전문직에 전념하고 병원 경영은 내가 도맡았다. 그 후 김 박사님은 ‘당신이 하면 혁명이 일어날 것’, ‘당신이 못하면 남이 못 한다’며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외조가 컸다. 어렵게 쌓아온 내 삶의 모든 업적은 김 박사님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 덕분에 가능했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한다. 1994년 부산 해운대 구청 관계자로부터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제안을 받은 김 박사님은 나를 대신 추천해 해운대 민주평통 협의회 회장을 했다. 당시 여성으로 처음이었다. 친정어머니(조순례)는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너는 다른 아이보다 특출해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항상 용기를 주었다. 그런 친정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속의 바람이 현실화된 듯하다.”
―첫 여성 부산시교육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선출직에 도전한 계기는.
“교사 출신으로 교육에 항상 관심을 가졌다. 병원을 경영하며 유치원을 설립해 인가를 받았다. 관할 교육청이 9월에 유치원을 개원하라고 해 거기에 맞춰 모든 준비를 했는데 유치원생 입학은 9월에 없는 점을 뒤늦게 알았다. 그 이듬해 3월까지 입학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경쟁 관계인 주변 유치원의 견제로 유치원 개원이 늦어진 것이다. 교육행정의 문제점을 깨달았고,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 1995년 지방자치 선거가 치러졌다. 김 박사님 은사인 동아대 모 교수의 권유로 출마해 당선됐다. 교육위원 중 홍일점이었고, 부산시 교육위원회 의장은 여성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국회에 진출한 배경은.
“부산시교육위원에 재선되고 4년 후 16대 총선이 실시됐다. 주변의 추천을 받은 민주국민당 김윤환 최고위원의 부름으로 그를 만났다. 그는 ‘남성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한다’며 비례대표로 총선에 출마하라고 했으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사양했다. 대신 부산 출신 전직 국회의원을 천거했다. 그러나 조순 대표 등은 ‘여성을 비례대표 후보 1번에 공천해야 한다’며 나를 강력히 밀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후배 정치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국회가 의원 개인보다 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당에 너무 예속된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의 독자적인 판단과 소신보다는 당명에 따르는 것이 일반화됐다. 총선 공천을 의식해 당명을 거역하지 못해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와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당과 국회에서 가장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 임기 4년은 후딱 가버린다. 40년 동안 할 일을 4년에 처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이 많고 국민의 민원을 국정에 잘 반영하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인사가 의회에 진출하면 좋겠다.”
―가장 매력적인 직업을 꼽으면.
“교직이 천직이라 생각한다. 대학에서 10년 동안 강의했다. 80분 강의해도 신명이 나 전혀 피곤함을 못 느낀다. 첫 강의 때 교실 뒤에 앉은 학생들이 졸거나 잡담해 분위기가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그러나 2주 지나면 학생들이 책상을 바로 놓고 정면을 응시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면 너무 기쁘다. 전문 지식보다는 부모에 대한 효심,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도리 등 인성교육 위주로 강의했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용기도 북돋워 주었다. 공부하는 머리는 좀 부족해도 일하는 머리, 사고력과 창의력, 적극성이 뛰어나면 어느 분야에 진출해도 일인자가 될 수 있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학생들을 칭찬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밝은 표정, 바른 자세, 배려, 양보, 멋 내는 것도 칭찬받을 일이라고 하면 학생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종강하며 헤어지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내 주변에 몰려드는 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대학 운영에 관심이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퇴직한 고급인력을 많이 썩히고 있다. 은퇴자들이 공부하고, 여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장을 마련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인 효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일을 생애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강숙자 대한노인체육회장은… ●1945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교대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졸업, 서울대 보건대학원 졸업, 부산외국어대 국제경영대학원 졸업, 경영학 박사(경성대) ●초등학교 교사 ●양산대, 동명대 교수, 울산대 겸임교수 ●중국 칭화대학교 한국e-캠퍼스 명예총장 ●대한체육회 이사, 부산체육회 경기단체장 롤러스케이트협회 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총동창회 부회장, 한국방송통신대 동창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협의회 회장, 상임위원 ●(주)청석모정 회장, (주)대모정 대표이사 ●서울온천빌딩, 경주조선온천호텔 회장, 블레스컨벤션웨딩홀 회장 ●부산시교육위원, 부산시교육위원회 의장 ●제16대 국회의원, 국회 재경·건설교통위원, 민국당 최고위원 ●대한민국헌정회 노인정책특별위원장(현) ●대한노인체육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