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여성을 골프 연습장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저지르고 폭행 및 살인을 저지른 남성의 신원이 20여년 만에 특정돼 재판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남성 A씨는 사건 현장에 남긴 유전자(DNA)로 결국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
앞서 피해자(당시 20살) B씨는 1999년 7월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머리와 신체 곳곳에 큰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됐다.
당시 B씨는 겉옷과 속옷이 벗겨져 있었으며 의식은 없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나흘 뒤인 10일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사건 접수 후 곧바로 수사에 나섰다. 다만 B씨가 당시 상황을 진술하지 못한 채 사망했고 일부 목격자들 역시 상황을 흐릿하게 본 탓에 범인 특정이 어려웠다. 또 CCTV 도입이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라 동선 추적도 쉽지 않았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B씨는 기다리던 차량과 외관이 같은 다른 차량에 실수로 탔다. 이 차의 운전자와 동승자는 그를 인적이 드문 골프 연습장으로 끌고 가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범인 특정에 실패해 ‘미제 사건’으로 분류되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앞서 2010년 ‘DNA법’이라 불리는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후 검찰은 강력범죄 사건의 경우 수형자, 경찰은 미제 사건의 DNA 정보를 각각 데이터베이스화해 정기적으로 서로 일치하는 DNA가 있는지 교차 분석을 진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16년 12월 B씨의 신체에서 채취한 범인의 DNA와 당시 교도소에서 수형 중이던 A씨의 DNA가 일치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당시 A씨는 2002년 서울 곳곳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별도의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형량이 확정돼 복역 중이었다.
이듬해 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은 A씨를 피의자로 정식 입건해 재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성폭행한 혐의만 일부 인정, B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는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을 분석하고 주변인의 진술을 통해 A씨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판단, 그해 7월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A씨를 3년에 걸친 보완 수사 끝에 지난해 11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한편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원래 15년으로 2014년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DNA 등 죄를 증명할 과학적인 증거가 발견되면 시효를 최대 10년 연장하는 성폭력처벌법 제21조 2항이 적용된 끝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현재 A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공판기일에서는 당시 골프장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A씨는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찬영 온라인 뉴스 기자 johndoe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