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논의가 막판 혼선을 거듭했다.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양보 없는 평행선을 긋던 두 후보가 느닷없이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섰다. 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일 전 단일화 불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통 큰 양보’로 반전시키려는 팽팽한 수 싸움으로 해석된다. 어느 쪽이 얼마만큼 양보할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야권 단일화 피로도만 높이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단일화 방식은 2개 여론조사 업체가 각각 ‘적합도’와 ‘경쟁력’을 1000명씩에게 물은 뒤 그 결과를 합산하고, 조사 방식에 유선전화를 10% 포함하는 안이다.
이어 안 후보는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며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22일)에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후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유선전화 비율은) 실무협상단이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해 국민의힘으로부터 “명분 쌓기 양보”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은 회견을 열어 “단일화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보여주기 식이고, 상대를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국민의당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오 후보도 기자회견에서 “어떤 안을 받겠다는 건지 분명히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안 후보는 오후에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힘 김 위원장과 오 후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비슷한 시간 오 후보도 서울시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하러 간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 측 요구(100% 무선전화 조사 방식)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오늘 또 하나의 바보 같은 결정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서로 양보하겠다고 나서면서 향후 양측의 실무협상에선 다시 ‘누구의 안으로 여론조사를 할 것이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선관위 후보 등록이 이날 오후 6시에 마감되면서 양측은 결국 기호 2번(오 후보)과 4번(안 후보)으로 각각 후보등록을 마쳤다.
최근 ‘LH 투기 사태’ 등의 여파로 야권 후보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야권 내부에선 단일화 과정이 장기화하는데 따른 피로감이 자칫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61%로 ‘여당 다수 당선’(27%)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