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결혼 전제 동거 OK, 아니면 NO… 결혼 않고 출산·양육은 70%가 반대

결혼전제 동거 65.7% 찬성, 결혼없는 동거는 36.9%만 찬성
비혼·미혼 등 결혼 없는 출산은 전 연령대 70% 이상이 반대
사유리 비혼 출산 응원하지만, 사회적 편견 우려는 여전
가족 관련 제도, 시대와 젊은세대 가치관 변화 반영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거에 대한 인식이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는 65.7%가 동의한 반면 그렇지 않은 동거는 36.9%만 찬성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10명 중 7명이 동의하지 않았다. 결혼 기피 현상과 함께 ‘가족’ 개념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동거와 출산에 있어 결혼과의 고리는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거에 대한 인식 변화했지만...결혼 전제돼야”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결혼 안과 밖의 가족 형성에 대한 태도’(변수정) 연구에 따르면, ‘결혼을 전제로 성인 여성과 남성은 함께 살아도 된다’는 견해에 대해 응답자의 65.7%가 동의(‘대체로 동의’ 53.5%·‘매우 동의’ 12.2%)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연구는 지난해 9∼10월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 8000명을 1:1 면접 방식으로 설문조사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가치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성별로는 남성(67.4%)이 여성(64.1%)보다 찬성 비율이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79.8%, 즉 10명 중 8명이 찬성하고 30대와 40대도 그 비율이 70%이상인 반면 부모세대인 50대는 60.7%, 60대 54.3%, 70대 50.1%, 80대 45.8%로 점점 떨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왔다.

 

결혼이 전제되지 않은 동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3.1%(‘대체로 동의 안함’ 47.0%·‘전혀 동의 안함’ 16.1%)로, 동의하는 비율(36.9%)보다 훨씬 높았다.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대해서도 남성의 찬성율이 38.7%로 여성(35.2%)보다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만 동의 비율이 50.7%로 과반을 넘었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내려가 80세이상은 20.4%로 떨어졌다. 특히 미혼은 20대와 마찬가지로 50.7%가 결혼 전제 없는 동거에 찬성한 반면 기혼은 32.7%만 동의했다.

 

동거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결혼의 과정 또는 단계로 보는 인식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여성의 경우 20대를 포함해 모든 연령대가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동거에 반대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는 것은 동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이 여전하고 여성들이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혼 없는 출산에 대한 인식은 ‘아직’

 

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결혼을 하지 않고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실을 공개하자 뜨거운 관심과 응원이 쏟아졌다.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는 것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조차 꺼리던 우리 사회의 변화라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은 남성이나 여성, 즉 미혼 또는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에 동의한 비율은 2012년 22.4%에서 지난해 30.7%로 증가했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 변화만큼 증가폭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 여전히 반대 비율이 69.7%달한다. 

 

연령별로도 ‘미혼모·미혼부 가족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비율이 전 연령에서 70% 이상으로 나타났고, 50∼60대는 80%에 달하며 70대 이상은 80%를 넘었다.

 

실제로 결혼 관계 이외에서 출생한 아이 즉 혼외 출산율은 2019년 2.3%로  2014년 1.9%에서 0.4%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40.5%이며 프랑스(56.7%)·스웨덴(54.6%)·네덜란드(48.7%) 등 일부 유럽 국가는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그러나 양육 주체에 대한 응답에는 거의 차이가 없어 아이를 기르는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동에 대한 지원은 부모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 73.1%로 높게 나타났다. 성별이나, 연령별 차이도 거의 없었다. 80세 이상만 68.8%가 찬성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70% 넘게 동의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편견이 남아 있지만, 태어난 아동은 차별 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이다.

 

변수정 연구위원은 “결혼 및 가족과 관련된 가치관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관련 제도는 시대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혼·동거 같은 제도는 앞으로 가족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미혼이나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대안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연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