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모(42)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을 잠시 맡아 준 동네 이웃이 “애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후 아들과 친구들의 행동을 유심히 비교해 본 이씨는 “확실히 또래보다 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진료 결과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이씨는 “아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고 자주 다쳐서 신경이 많이 쓰이긴 했지만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고 말았다”며 “맞벌이 부부라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ADHD가 생긴 것 같다”며 자책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산만함, 충동성, 과잉 행동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주로 6∼12세 소아에서 많이 진단된다. 이씨의 아들처럼 눈에 띄게 시끄럽고 산만한 아이들의 경우 쉽게 ADHD를 의심할 수 있지만, 의외로 조용하지만 실수가 잦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아이의 경우도 ADHD인 경우가 많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더라도 이씨처럼 잘못된 교육의 문제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훈육의 문제로 ADHD가 발현되지는 않는다. 다만 ADHD가 발현된 이후 이를 바로잡기 위해 체벌을 하거나 과도하게 화를 내는 경우 아이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더욱 악화할 수는 있다”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거나, 자신이 주장이 맞다고 성인에게 덤비며 싸우는 적대적 반항장애가 동반된 경우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 따르면 ADHD에 진단되는 경우 67∼80%는 적대적 반항장애, 품행장애 및 물질관련장애, 불안장애, 우울장애, 틱장애 등 다른 정신과 질환이 하나 이상 동반된다.
◆성인까지 방치 시 자존감 하락으로 우울증 오기도
ADHD는 어릴 때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약 60%는 성인까지 이어진다. 학계에서는 성인 ADHD의 경우 성인이 된 이후 발병했다기보다는 소아ADHD가 이어진 것이라고 본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 진단 분류 체계(DSM-5)에서도 ADHD는 12세 이전에 발현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ADHD는 조기에 치료하면 약물, 비약물 치료를 통해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발견하지 못한 상태로 증상이 지속되거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이를 방치할 경우 아이는 반복적인 성취 실패와 잦은 실수,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추가적인 문제가 누적되기 때문에 성인ADHD는 치료가 더욱 어렵다.
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ADHD 아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닌 병으로 인해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이 때문에 과제를 한 번에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내는 것만으로 행동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꾸준한 치료와 반복 교육, 그리고 사소한 것이라도 잘한 것은 즉각적으로 칭찬하여 긍정적인 행동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약물요법이다. ADHD 치료제의 효능이 약 80%에 이르는 등 효과가 좋은 편이다. 집중력, 학습능력이 좋아지고 산만함, 과잉 행동과 충동성이 감소한다. 문제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과 부작용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부작용이 식욕억제와 성장 지연이다.
유 교수는 “약물효과 지속 시간이 8∼12시간인데 그 외에는 보통 잘 먹기 때문에 식욕억제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연구에 의하면 약물 복용을 하더라도 최종신장은 또래 평균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