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은 전혀 다른 공기 속에서 경기가 펼쳐진다. ‘큰 경기’라는 가슴을 짓누르는 중압감 때문이다. 이를 이겨내는 선수만이 팀을 더 높은 단계로 이끌 수 있다.
지난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 간의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1차전도 그랬다. 역대 15번의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기에 부담감이 선수들을 짓눌렀다. 그 탓인 듯 흥국생명이 26개, IBK기업은행이 23개 등 양 팀이 합쳐 49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러나 단 한 선수만은 달랐다. 바로 ‘월드 스타’ 김연경(33)이다. 이날 김연경은 무려 60%의 고감도 공격 성공률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9득점을 올렸다. 범실은 단 3개뿐으로 정규리그 공격 성공률(45.92%)과 평균득점(21.6득점), 평균범실(4.1개) 등 정규리그를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이미 V리그에서만 세 번의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따냈고, 해외에서도 숱한 빅매치를 치른 김연경은 중압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존재감을 더욱 빛냈다.
특히 우승에 대한 열망이 김연경의 플레이에 더욱 힘을 더했다. 그는 지난 18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배구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끝나면 해외진출이 유력해 어쩌면 이번이 김연경에게 V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김연경은 사실상의 원맨쇼를 펼치며 흥국생명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과연 ‘배구 여제’의 큰 경기 경험이 PO 2차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배구팬들의 눈길이 몰린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