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상으로 대한민국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늦깎이 검사가 된 뒤 굴곡을 겪다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 됐고, 어느샌가 ‘반문(反文)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그는 이달 초 사퇴 후 공개 행보를 삼간 채 긴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외려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퇴한 직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오르내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은 현재 ‘자연인’이지만 여권에선 비판과 견제가, 야권에선 러브콜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세계일보는 그런 윤 전 총장을 스왓(SWOT: 강점·약점·기회·위기) 분석으로 정리해 봤다.
◆약점(W): 정치와 행정 경험 일천
정치나 행정 경험이 없다는 점은 윤 전 총장의 최대 약점이다. 이 평론가는 “대통령은 국정 전반을 관할해야 하는데, 외교나 안보, 경제 이런 쪽이 취약점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검사 외길을 걸어온 만큼 정치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윤 전 총장 본인도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수차례 자평한 바 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결정적 순간마다 내놓은 발언들을 놓고 볼 때 그의 정치적 감각이 상당하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임기 2년을 채우지 않은 윤 전 총장의 중도 사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또다시 불러일으켰다. 현 정부의 헌법정신 훼손을 명분으로 사실상 정치 선언을 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총장 재직 당시 행보의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향후 검찰 조직에도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장모와 부인 관련 의혹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장모 최모씨는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액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인 김건희씨도 운영 중인 전시기획사의 협찬 관련 의혹과 모 기업 주가조작에 관여한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기회(O): “시대정신은 ‘신적폐청산’”
‘윤석열 대망론’을 주창해온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상황을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탔고, 이제 혼자선 못 내린다”고 평가했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현 정권이 ‘LH 사태’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비롯한 경제와 외교 등 분야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 국민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에도 야권에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은 기회 요인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윤 전 총장은 ‘별의 순간’을 잡았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로 신선한 인물을 원하고 있다는 점도 기회”라며 “대선이 1년 남았지만 시대정신이 무엇이냐에 따라 윤 전 총장이 굉장히 강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남북관계나 부동산, 고용 등 다방면에 걸친 현 정부의 실정을 국민들이 신적폐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신적폐만 제대로 청산해 줘도 좋겠다’는 민심이 만들어지면 윤 전 총장에겐 분명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협(T): ‘윤석열 지지율’ 지속가능성은?
윤 전 총장에게 ‘1년 후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기회이자 동시에 위기 요인이기도 하다. 한 달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치판에서 윤 전 총장이 1년 뒤에도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일각에서 윤 전 총장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처럼 ‘반짝’ 인기를 누리는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이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지대’를 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같은 길을 걸어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박창환 교수는 “결국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느냐, 아니면 윤 전 총장 본인이 거대 양당을 뛰어넘는 제3의 세력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철 교수는 “윤 전 총장의 이미지나 스토리가 스스로 창출해낸 것이라기보단 (정권의 탄압 등) 외부 환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자신의 동력으로 얼마만큼의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느냐가 정치인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곽은산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