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는 ‘구미 친모’ 말하는데…남편도 “출산한 적 없다”

진료 기록 등 새 증거는 못 찾아
국과수 “오차확률 1兆분의 1↓”
지난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에 이어 남편까지 임신과 출산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경찰과 언론 등에 따르면 친모 석모(48)씨의 남편 김모씨는 지난 19일 MBC와 SBS의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가 3년 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방송에서 3년 전 아내 석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출산했다는 시점의 한 달 반 전 모습인데 만삭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사람은 절대로 출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집사람이) 몸에 열이 많아 집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는데, 내가 임신 사실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아내의 주장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 구속 수감된 석씨가 남편에게 보낸 편지도 공개했다. 석씨는 편지에서 ‘있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진짜로 결백해. 결단코 나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어’라고 억울해했다.



부부의 이런 주장에도 경찰은 유전자(DNA) 검사의 정확도가 99.9999% 이상이라고 밝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본원의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과수는 이번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모두 4차례 유전자 검사를 했기 때문에 오차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국과수 대구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오차 확률이 1조분의 1 이하라고 판단한다”면서 “국과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틀렸을 확률은 사실상 ‘0’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석씨 부부가 출산을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를 반박할 임신 진료기록 등의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사는 사실상 벽에 부딪힌 상태다. 경찰은 숨진 여아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석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지난달 10일 큰딸(22)이 키우던 여아의 친모로 밝혀졌다. 경찰은 석씨가 3년 전 출산한 큰딸의 여아와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우석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석씨가 여러 가지 말 못 할 이유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석씨로 하여금 제대로 입을 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