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변수 된 ‘서울시장 보선’ ‘민주당 패배=이재명 여권 1강’ 李, 기존 방정식 깨고 朴 도와 페북에 朴 저서까지 소개해줘 朴도 李 공약 ‘품앗이’로 화답
보선 승리로 이낙연 지켜야 유리 야당의 공세 분산 계산 깔린 듯 친문 비판 잠재울 기회 분석도
‘대선 전초전’이라 불리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른 여권 내 대권 구도 전망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여권 대선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밀월’이 여권의 새로운 ‘선거 방정식’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이 지사로선 박 후보 당선이 향후 대권 구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여권의 승리에 기여해 당내 친문(친문재인)발 비판 여론을 잠재울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의 기존 방정식은 ‘민주당 패배=이재명 기회’였다. 이 지사의 여권 경쟁 주자인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대권 명운이 이번 4·7 재보궐선거, 특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달려 있어서다. 연초 사면론 이후 급격한 지지율 하락과 침체기를 맞은 이 선대위원장은 서울마저 내주면 직전 당 대표로서 책임론에 휩싸이며 사실상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이 지사로선 가장 큰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여권 1강’의 위치를 더욱 견고하게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방정식과 반대로 이 지사의 박 후보 지원 강도는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 지난 10일 당내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박 후보 캠프를 방문한 데 이어, 지난 17일엔 이 지사가 직접 경기도 내 스마트팜 기업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방문한 곳으로,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수직정원 도시’ 건설 관련 필수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또 전날 페이스북에 박 후보의 저서 ‘박영선과 대전환’을 소개하기도 했다.
박 후보도 이 지사에 ‘공약 품앗이’로 화답했다. 지난 19일 발표한 ‘KS서울디지털화폐’ 공약이 대표적이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서울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6개월 이내 소멸하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으로, 이 지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보편적 재난위로금’과 ‘지역화폐’ 철학이 모두 녹아 있다. 박 후보 공약 발표 이후 민주당 이규민 의원 등 다수의 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지 선언을 보냈다.
여권 관계자는 두 인사의 ‘신(新) 밀월’에 대해 “박 후보가 당선돼야 이 지사의 대권가도가 순탄해진다”고 평가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 지사로선 이 선대위원장이 너무 일찍 회생 불가 상태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며 “이 선대위원장이 ‘공고한 2인자’ 자리를 지켜줘야 추가 변수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선대위원장의 당선 가능성이 현격히 낮아질 경우 친문의 ‘제3후보론’과 같이 새로운 경쟁자가 떠오를 수 있고, 이 지사 혼자 야권의 견제 화살을 오롯이 받아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당내 반문(반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지사로선 박 후보 측면 지원이 강성 친문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이재명 탈당설’을 차단하고 ‘원팀 정신’을 부각할 기회이기도 하다.
여권 내 또 다른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지사, 이 선대위원장과는 달리 4·7 재보궐선거 방정식에서 비켜나 있다. 정 총리 측은 “총리로서 코로나19 백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는 것이 대권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선거 패배로 이 선대위원장 지지율이 다시 하락해 범친문 진영의 위기감이 높아질 경우, 정 총리가 이 지사의 대항마로 떠오르며 표심이 결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