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5% 밑으로…文, '5차 재난지원금' 만지작?

LH 사태가 지지율 하락 직격탄
잇단 부동산 실책에 민심 악화

文 “개발 시대 자란 부패 고리
정면으로 부딪쳐 근원적 해결”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사도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 착석한 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2일 리얼미터·YTN,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TBS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35% 밑으로 떨어졌다. 국정운영 동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5% 밑으로 추락한 것은 집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평가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우려가 현실화하고 국정운영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4·7 재보궐 선거 결과가 문 대통령 국정운영 향방을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34.1%)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34.0%)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5%대를 밑돌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레임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레임덕 우려라고 볼 수 있다”며 “35%는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의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이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LH사태’가 직격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사태 발생 후 연일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태 발생 후 연일 메시지를 내보냈고, 청와대 차원의 전수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이번 사태를 ‘부동산 적폐’로 규정지으며 상황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직면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또다시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라며 부동산 적폐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상황 인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많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문제가 드러난 이상 회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뉴시스

문 대통령이 LH 사태와 관련해 연일 고강도 대처를 주문하고, 대국민 사과도 했지만 민심은 좀처럼 회복될 조짐이 없다. 이는 25차례에 이르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세금폭탄 등 민생문제와 맞물리면서 민심이반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K-방역 홍보효과도 피로감이 커지고, 남북관계 등 대외관계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회의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부·여당의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율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배경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40%대선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2월∼1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는 추미애 전 법무무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민심이반 조짐이 보이던 때였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과 검찰 간 갈등에 대국민사과를 하고 추 전 장관 교체와 청와대 민정라인을 개편했다. 부동산정책에 대해서도 “매우 송구한 마음”(1월 11일 신년사)이라고 사과하고 대규모 공급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 뒤 2·4 공급 대책이 나왔다.

지난 2월 4일 정부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공급대책)을 통해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문 대통령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백신 접종이 진척되고, 방역 상황이 보다 안정될 경우 본격적인 경기 진작책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국정 전반의 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경제 회복을 고리로 또다시 국정 장악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