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발 등 정당성 논란을 무릅쓰고 취임 후 처음으로 발동한 수사지휘권이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체면을 구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카드로 ‘검찰 개혁’ 불씨 되살리기에 나섰다. 박 장관은 자신의 뜻을 거스른 것으로 보이는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의 절차적 정의와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합동감찰 카드의 정당성을 강조한 차원으로 풀이되나 법조계 안팎에서 ‘정치적 감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 감찰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 갈등 등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박 장관은 22일 입장문에서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의 모해위증·교사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무혐의’ 판단이 유지된 데 대해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가 주장하는 수사 관행의) 문제가 한 전 총리 사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잘못한 걸 자꾸 부추겨서 (박 장관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에 대한 자기 정당화를 시도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이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지휘 등을 하는 게 국민 보기에 썩 좋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번 지시의) 역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검찰 출신의 김광삼 변호사도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검토하도록 했는데 고검장들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의도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지자들의 비판을 의식해서 이번 감찰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감찰 착수 등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시각차가 확연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합동감찰과 관련해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조남관(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주도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냈다. 정의와 진실을 외치는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닫은 한심한 결론”이라고 비판하는 등 대검 결정에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합동감찰 등 조치가 “뒤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판사 출신인 그(박범계 장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무시하고 한 전과자의 말만 믿고, 진실을 뒤집으려 한 것도 역설적인 일이다. 박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사과 먼저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한명숙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 감찰과 수사 지휘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전 과정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영·이희진·곽은산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