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유럽연합(EU), 그리고 나토라는 두 채널을 통해 미국과 유럽 국가 간 ‘대서양 동맹’ 체제를 다지는 데 그야말로 총력전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편에 서서 중국 측 인사들을 제재한 EU를 겨냥해 보복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EU와 투자협정을 체결하려는 계획이 틀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직접 참가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23일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27개 회원국이 참여 중인 EU는 당초 대면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화상회의로 대체했다.
반면 최근 EU를 상대로 보복성 제재조치를 가한 중국은 향후 EU와의 관계 설정을 놓고 고민이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은 지난해 말 EU와 투자협정 체결 합의 등을 통해 우호관계를 형성했지만, 이번 제재로 관계가 다시 멀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과 EU 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독일 외무부는 우켄 주독 중국대사를 불러들여 유럽 의원과 과학자, 비정부기구(NGO), 정치 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제재는 EU·중국 관계에 긴장을 초래하는 부적절한 조치라고 항의했다. 프랑스도 대만 방문을 추진한 자국 의원 및 연구원들을 “폭력배”, “미쳐 날뛰는 하이에나” 등 원색적 표현으로 맹비난한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이탈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들 역시 EU의 개인과 기관을 상대로 한 중국의 제재에 대응해 각각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중국과 EU 간 공방은 홍콩 선거제 개편이 확정되면 더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더불어 EU도 홍콩의 민주주의 퇴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EU가 중국을 계속 밀어붙이는 경우 중국은 맞대응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EU에 대해 추가 제재를 하는 경우 힘겹게 합의한 투자협정의 EU 의회 비준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 동맹 진영의 위력 앞에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어서 대내외적으로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
영국 랭커스터대 쩡징한 중국 및 국제학 교수는 “중국은 아직 투자협정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EU에 경제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낮다”며 “중국이 EU에 경제 제재를 가하기로 결정하면 투자협정 비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베이징=국기연·이귀전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