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부산대학교가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 판단을 위한 사실관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정 교수의 1심 재판에서 조씨의 입시비리 의혹이 사실로 인정된 지 3개월여 지나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부산대는 학내 입시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일련의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시한 데 따른 늑장 대응이다.
부산대에서 입학취소를 결정할 경우 조씨는 의사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조씨 측에서 부산대의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취소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의사 자격이 유지된다. 지금까지 입학 무효로 의사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없다.
부산대의 보고를 검토한 유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8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회의에서 “부산대는 학내 입시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일련의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만큼 대학은 법원의 판단과 별도로 학내 입시비리 의혹을 조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구성원들은 대학 측의 뒤늦은 대책 수립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동안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학교는 왜 조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냐’, ‘진상 규명을 위해 조사에 착수하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부산대 재학생 A(25)씨는 “그동안 학교 측에서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해 보려고만 하다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이라며 “이제라도 철저하게 조사해 부정이 드러난다면 법원 판결과는 무관하게 마땅한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지난 1월 부산대 의전원 학생 신분으로 의사국가고시를 치러 합격해 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입학이 취소될 경우 조씨의 의사 자격은 상실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법상 의사는 병행 조건으로 의학사나 석·박사 등 학위를 취득하고 의사면허가 있어야 한다”며 “부산대나 교육부가 조민씨 입학을 취소하면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의사 면허를 취소 조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의 입학이 취소되면서 의사면허를 잃은 전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의 입학이 취소되더라도 의사로서 활동은 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부산대가 국립대인 만큼 조씨 측이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계약관계인 사립대와 다르게 국립대의 경우 행정처분으로 입학을 취소할 수 있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며 “부산대의 입학취소 처분이 나올 경우 곧바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학취소 취소 소송까지 이어질 경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조씨는 의사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필재·박유빈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