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나라의 실권자인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 “정자정야(政者正也)!” 정치란 올바름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한 마디 덧붙인다. “당신이 바른 길을 솔선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있겠소?”
공자는 “스승님께서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을 먼저 하시겠냐”는 제자의 질문에 명칭을 바로 세우는 ‘정명(正名)’을 든다. 명칭이나 개념이 어긋나면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게 공자의 지론이다. 정의와 불의, 공정과 반칙이 뒤바뀐 오늘 우리의 혼란상을 내다본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찾아가 물었다. “제가 정치를 해도 될까요?” 101세 철학자 김형석은 일제 식민지, 공산 통치, 6·25전쟁, 독재와 민주를 모두 경험한 역사의 산 증인이다. ‘산 역사’가 대답했다. “애국심이 있는 사람, 그릇이 큰 사람, 국민만을 위해 뭔가를 남기겠다는 사람은 정치를 해도 괜찮아요.” 그가 정치인의 자격으로 첫손에 꼽은 것이 애국심이었다.
윤 전 총장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김형석의 저서 ‘백년을 살아보니’에는 애국에 관한 두 개의 일화가 나온다. 하나는 마라톤 영웅 손기정 이야기다. 어느 날 손기정이 서울 종로의 한 세무사를 찾았다. “내가 상금을 받았는데 세금을 먼저 내고 써야겠소.” 세무사가 신고 안 해도 괜찮다고 했더니 손기정이 말했다. “그럴 순 없소. 지금까지 나라의 혜택을 얼마나 많이 받고 살았는데 세금이라도 내야지. 내가 이제 나라에 도움을 줄 일은 이것밖에 없소.” 다른 하나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마지막으로 머문 대보산 산장 이야기다. 도산이 숨진 이듬해인 1939년 김형석이 이곳을 찾았더니 산장으로 가는 길 양쪽의 돌들이 모두 서 있었다. “돌들이 서 있는 걸 보면서 나라도 독립해야 한다는 뜻을 깨달았으면 좋겠소.” 도산이 이런 소망으로 일일이 돌을 세웠다고 한다.
돈 한 푼, 돌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는 마음이 산 역사가 말하는 애국이자 정치인의 길이다. 이런 이치를 모르는 청맹과니들이 감히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허세를 부린다. 그들에겐 돌 하나도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