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파가 몰아칠 때 경기 포천 어느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이주 여성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불과 일주일 전에도 광주에서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는 비닐하우스에 불이 나는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혹독한 노동조건과 열악한 숙소환경, 그리고 차별과 배제 등이 결합된 사회적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이주노동자 주거실정 현황분석 연구에 따르면 여전히 안전시설이나 위생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화재나 범죄에 취약하고 건강에도 유해한 임시 가건물이 이주노동자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외쳐 왔던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라는 이주노동자 주거권 운동이 여러 사건들이 일어난 지금에 와서야 사회적 관심 촉구와 전반적 시스템 재구축의 필요성을 과제로 던지고 있다.
김승희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주노동자 없이 농사 못 지어요”라는 말은 농촌에 가면 흔히 듣는 이야기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농가 고령인구 비율은 44.6%로 농업생산인력은 급감했고 내국인 농업기피현상 심화로 국내 농업분야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통한 2019년 기준 농축산업 외국인은 3만1378명(법무부 통계월보)으로 2010년 9718명 대비 급증했고, 농가의 수요에 비추어볼 때 외국인 유입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농촌에서는 제도권 밖의 미등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더 많고, 별도의 통계가 없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환경 문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농업 이주노동자가 증가하면서 농장주와 이주노동자 간 주된 갈등요인이었던 숙소문제는, 열악한 시설수준 문제와 더불어 기숙사에 과다한 사용료를 부과하고 이를 임금에서 공제함으로써 이주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낳았다. 지금이야말로 농촌 이주노동자의 유입에 따른 농촌 재구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실현 실험 모델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
강원 철원군 근남면 육단2리 양지마을에서는 이주노동자 주거권 실현 실험이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양지마을은 2000년대 초반까지 군부대 장병과 면회객을 대상으로 상점들이 모여들면서 번성했던 지역이지만 2005년 위수지역이 완화되면서 급격히 위축되었다. 쇠락한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어 스스로 내놓은 해답은 새로운 구성원으로서의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삶을 모색해 농촌마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존모델이다.
‘국경 없는 양지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접경지역에서 다국적 이주민과 상생하는 주거복지 모델이다. 이곳에는 올해부터 3년간 125억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다.
지역주민들이 현실에서 찾아낸 문제 해결과 직면한 축소시대에서 이주민과 함께하는 농촌지역 재구성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볼 때 큰 도전일 수도 있고 필수불가결 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양지마을의 의미 있는 실험이 새로운 생산적 주체인 이주노동자가 구성적 공동체 논의를 제공하는 모델로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