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35%선 붕괴 ‘경고등’… 재보선 성적이 운명 가를 듯 [가시화되는 문재인정부 ‘레임덕’]

최근 여론조사서 부정 평가는 59% 달해
취임후 최악 수치… “지지층 균열의 의미”

작년 말 ‘추·윤 갈등’에도 40%대 지지 견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LH 사태 기름 부어

역대 정부도 친인척·측근 비리로 ‘직격탄’
文정부, 정책 실패에 기인… 심각성 더해

잇단 사과·적폐 청산 강조에도 진정 안돼
4·7선거 결과 가속화·제동의 기로 예고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35% 선이 무너지고 부정 평가가 60% 선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 임기가 1년여 남은 이때,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현상)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文 지지율 ‘35%’ 붕괴…‘3명 중 2명 반대’



한국갤럽이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해 26일 발표한 3월 4주차 주간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평가 비율은 34%로 집계됐다. 부정평가 비율은 59%에 달했다. 긍정, 부정평가 모두 취임 후 처음 기록한 최악의 수치다. 한국갤럽은 “작년 12월부터 4개월 가까이 머물던 범위(긍정률 37~40%, 부정률 50~55%)를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분기별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은 4년 차 4분기의 긍정평가 비율이 38%를 기록하면서 처음 40%선이 무너졌다.

지지율 35% 선 붕괴는 대통령 레임덕 현상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여론조사상 수치가 실제 민심이라면, 국민 3명 중 1명만이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8일 통화에서 “35:55의 법칙이 있는데, 부정평가가 60%가 된다는 것은 지지층이 흔들린다는 의미”라며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 결과가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할지 아니면, 제동이 걸릴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제2도시 부산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론과 정권안정론이 맞붙고 있다. 전체적으로 불리한 구도 속에 여당이 극적으로 승리한다면 집권 여당과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다소 유지될 수 있지만 만약 두 곳 모두에서 패한다면 국정운영 동력은 급속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정책 불만에 ‘LH 사태’가 부정 여론에 불붙여

지난해 말 ‘추·윤 갈등’의 파열음 속에서도 올해 초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했다. 여권 내에서는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존재하기도 했다. 180석에 육박하는 여권 의석수와 더불어민주당 내 강고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이 같은 해석의 근거였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요인이 됐다.

최근 지지율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이다. 3월 초 시민단체들의 의혹 제기 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연일 하락 추세다. 문 대통령이 연달아 사과하고 철저 수사와 땅 투기 적폐청산을 강조했음에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땅투기 의혹이라는 하나의 사건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불을 댕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들은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모든 정권에서 2년 이상은 인내하고 기다리는데,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등의 문제로 집권 4년 차까지 ‘허니문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그런데 부동산 문제에서 실패하는 상황에서 이번 게이트가 터졌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LH 직원들은 문 대통령에게 ‘화력’을 제공해 주는 40대, 50대 임금 노동자들”이라며 “국민은 현 정부 핵심지지층들이 내부정보를 가지고 불공정하게 거래를 했다고 생각한다. ‘위’는 안 드러났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임기 내내 부동산 문제는 실패해왔다. 부동산 정책은 모든 연령, 모든 지역, 모든 직종과 연관되는 그야말로 ‘민생’ 문제”라고 말했다.

◆“레임덕 불가피…연착륙 고민해야”

김영삼정부와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정부 모두 임기 마지막의 35% 지지율을 지키지 못했다. 특히 집권 후반기 어김없이 벌어진 친인척과 측근 비리는 레임덕 현상에 쐐기를 박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둘째 아들 현철씨를 둘러싼 비리 때문에 고개를 숙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차남 홍업씨와 셋째 홍걸씨가 구속되면서 급격히 악화한 여론과 마주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형 이상득 전 의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지지율 하락을 겪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헌정 사상 첫 탄핵 인용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결과를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는 없지만, 정책 실패로 국민의 비판에 직면했다. 지지율 하락 신호를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떨어지는 추세가 강하고 단기간에 반전할만한 요소가 없다. 심각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역대 다른 대통령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했고 탄탄한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이 떨어지는 폭이 좁다고 해도 청와대에 미치는 강도는 세다”며 “그동안 누적된 내상이 안으로 심하게 곪아 터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았다. 홍 소장은 “수습은 국정 책임자가 나서서 해야 한다”며 대국민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임제 대통령제 국가에서 임기 후반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도 이러한 측면에서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문제는 한국 대통령제하에서 레임덕 현상이 항상 극단적으로 반복된다는 점에 있다. 살아있는 전직 대통령 중 2명(전두환·노태우)은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고, 2명(이명박·박근혜)은 수감 중인 상황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선 대통령제보다는 단임 대통령이 임기 말기에 국정 주도권을 뺏기는 것이 쉬운 여건인 건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며 “고민은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은 여야 할 것 없이 불행한 일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 레임덕이 있다 하더라도 그 이상 불행한 사건은 피하는 방향으로 남은 임기 마무리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