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황사가 뒤덮은 29일 한반도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전국에서 ‘매우나쁨’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황사는 입자가 커 미세먼지 농도와 더 밀접하지만 이번 황사는 중국에서 대규모로 발원하며 입자가 작은 먼지의 양까지 같이 늘어난 데다 인위적으로 배출된 초미세먼지까지 영향을 미쳐 올해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다. 미세먼지 노출은 면역력을 약화시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는 경고했다.
이날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모두 ‘매우나쁨’으로 집계됐다. 151㎍/㎥ 이상부터 미세먼지 ‘매우나쁨’으로 분류되는데 광주 미세먼지 농도는 1126㎍/㎥으로 치솟았다. 대구는 오전에 미세먼지 농도가 1174㎍/㎥까지, 일부 관측 지점에서는 1348㎍/㎥까지도 전국에서 가장 안 좋았으나 오후 들어 744㎍/㎥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밖에도 전북 907㎍/㎥, 대전 777㎍/㎥, 경남 826㎍/㎥ 등 전국이 극심한 고농도 미세먼지에 덮였다. 현재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은 강원도 207㎍/㎥으로 ‘매우나쁨’ 수준이었다.
초미세먼지도 전국 많은 지역이 ‘매우나쁨’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 기준 광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50㎍/㎥, 대구 105㎍/㎥으로 대구는 오전 중 170㎍/㎥까지 초미세먼지가 치솟기도 했다. 부산 121㎍/㎥, 전남 138㎍/㎥, 경남 140㎍/㎥ 등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황사로 인한 모래먼지는 입자가 커 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지만 그 안에 입자가 작은 초미세먼지도 일정 비율을 차지하고는 있다”며 “황사가 대규모로 발원하며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면 그에 따라 초미세먼지 비율도 동반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사 발원지나 이동경로의 대기오염상태에 따라 황사로 인한 미세먼지에 더해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초미세먼지까지 다 결합되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일반 미세먼지보다 더 작아 체내 깊숙이 들어올 수 있다는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미세먼지는 폐까지 잘 침투하고 황사는 주성분이 광물질이나 모래인데 초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연소 등 인간 경제활동으로 발생해 성분상으로도 더 안 좋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체 유해성을 황사와 초미세먼지를 구분해 따지기는 어렵다. 임영욱 연세대 의과대학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황사가 꼭 토양성분에 가까운 것도 아니고 황사라고 피해가 어떻게 다르다고 정확히 얘기하지 못한다”며 “황사도 눈이나 호흡기관 점막 자극은 일어나지만 호흡기를 지나 심혈관으로 가는 과정에서 먼지가 작아질수록 폐포 도달률, 혈관 이동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개인의 호흡 상태나 면역 등 건강상황에 따라 피해 정도는 달라진다. 황사와 초미세먼지는 모두 눈·호흡기질환,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미세먼지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이미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 호흡기나 심혈관 계통 기저질환자 등 민감군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민감군에게 미세먼지는 코로나19 예방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코로나19도 호흡기질환이란 점에서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침투한다는 피해경로가 미세먼지와 같다. 임 교수는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느냐”며 “면역력이 약하거나 이미 병이 있는 사람들은 같은 부위에 피해가 집중되면 면역력이 더 급격히 떨어져 작은 외부요인만으로도 바로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이날처럼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비말차단 기능만 있는 덴탈마스크가 아닌 먼지 제거 효과가 있는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임 교수는 “비말마스크는 먼지 제거율이 굉장히 떨어져서 코로나19과 피해경로가 같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반드지 먼지 제고 효과가 있는 KF80 이상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