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이라는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흑과 백이 분명하지 않은, 회색 영역에 있는 사안에 대해 사회통념에 따른 나름의 논리적인 이유를 들며 명쾌한 기준을 정해주는 코너였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인 ‘K-택소노미(Taxonomy, 녹색분류체계)’는 녹색을 가르는 ‘애정남’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녹색금융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활성화하고 그린워싱은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색의 영역에 있는 경제활동 중 ‘무엇이 녹색인가’를 가름해주는 올바른 기준이 중요하다.
참고가 되는 기준들은 많다. EU의 택소노미, 기후채권이니셔티브의 기후채권 택소노미, 국제표준기구(ISO)의 택소노미, 중국의 녹색채권 프로젝트 목록, 일본의 전환금융 지침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기준이 있으면 간명하겠지만, ‘애정남’의 기준이 되는 사회통념이 시대와 나라마다 다르듯이 각국의 특수한 여건과 역량 또는 사용자의 수요와 용도가 달라 다양한 분류체계가 개발되는 것이다. 또한 모든 경제활동에 대해 판단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컨대 항공산업의 경우 현재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능한 저탄소 대안이 없기 때문에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택소노미는 절대 기준이 아니며, 기술발전 및 여건의 변화 등을 반영해 업데이트하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현재까지 가장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여겨지는 것은 EU의 택소노미이다. EU는 2018년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분류체계 수립’을 꼽은 이후 2019년 그 법적근거인 택소노미 규정(TR)을 제정하였다. 이에 따라 2022년부터 유럽 대기업 비재무공개지침에 있어 의무적으로 EU 분류체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즉 경제활동에 대해 분류체계라는 동일한 기준에 따라 녹색에 해당하는지를 가르게 된다. B기업 매출의 13%가 녹색으로 분류되는 데 비해, A기업은 매출의 11%만 녹색이라는 비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