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생태계의 강자들과 손잡은 네이버가 쿠팡의 ‘빠른 배송’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서 네이버는 ▲국내 1위 택배 인프라를 자랑하는 CJ대한통운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를 보유한 신세계그룹과 지분을 교환했다. 지난해 딜리셔스, 브랜디, 위킵, 두손컴퍼니, FSS 등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에도 성공적으로 투자했다.
그동안 물류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온 네이버는 최근 CJ대한통운과 함께 쿠팡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빠른 배송’(로켓 배송)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8개 브랜드의 빠른배송 서비스를 시험했고, 익일도착율 99%를 검증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식품, 생활용품, 육아용품, 펫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상위 100개 브랜드사의 익일배송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협의해 풀필먼트 물류센터 규모를 17배 키우는 것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의 기술, CJ대한통운의 물류 노하우가 더해져 ‘빠른 배송’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친환경 메가물류센터 구축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앞서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전라북도 완주군에 물류센터 건립을 밝힌 쿠팡, 경기 김포물류센터를 최근 오픈한 마켓컬리 등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양사가 논의 중인 메가물류센터는 빅데이터, AI 기술 이외에도 친환경 설비·조명, 자원순환시스템, 친환경 배송차량, 부자재 등이 대거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인터넷·IT기업 최초 ESG 채권을 발행한 네이버가 주목하는 ESG 경영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네이버는 로보틱스, 피패킹 자율주행, 판매량 수요 예측 등 기술을 접목시켜 물류의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CJ대한통운의 최대 물류센터인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에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바 포캐스트(CLOVA Forecast)’를 시범 적용 중이다.
‘클로바 포캐스트’가 오전 9시 다음 날의 주문 예측치를 확인하고, 이에 맞춰 CJ대한통운이 적정 인력을 미리 수급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인프라를 운영하고 보다 정확한 주문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네이버의 방대한 쇼핑 데이터와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수요 예측 모델의 단점인 예측 오류를 크게 감소시켰으며, 그 결과 주문량이 폭주하는 이벤트 기간에도 높은 정확도로 안정적인 예측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빠른 배송과 시간대별 맞춤 배송을 목표로 협업하는 CJ대한통운 이외에도 네이버는 다양한 물류 기업과 손잡고 구매자 선택에 따른 ‘맞춤’ 배송 솔루션으로 이용자 만족도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대형 가전제품, 가구 등을 원하는 날짜에 받아볼 수 있는 ‘지정일 배송’ ▲프리미엄 포장이나 배송 서비스가 더해지는 ‘명품 배송’ ▲매주 다른 반찬, 제철 꽃, 늘 먹는 생필품 등 다양한 구독 모델의 ‘정기 배송’ 등도 준비 중에 있다.
지난 3월 애널리스트데이에서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 CIC 대표는 “CJ대한통운도 속도를 내기 위해 이커머스 본부를 신설했고, 네이버도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 TF를 신설해 협의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2023년에는 빠른 배송 규모를 지금의 90배 혹은 100배 정도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쇼핑은 CJ대한통운, 신세계그룹과 제휴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빠른 배송, 신선식품 반격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며 “쿠팡이 상품 매입부터 물류까지 모든 것을 내재화한 경쟁력을 인정해야 하지만 네이버쇼핑도 충분한 대응책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