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9%’ 박주민과 ‘전세 23%’ 주호영은 다르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대차법 통과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 시행 직전 월세를 9% 올렸다’며 야당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 앞서 전세금을 23% 올린 것으로 드러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나와 박주민 의원은 상황이 다르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표리부동’했던 박 의원과 달리 자신은 시세대로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일각에선 이 같은 주 원내대표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를 놓고 의문도 제기된다. 

 

◆전세금 1억 올린 주호영 “낮게 받으면 이웃들에게 폐 끼쳐”

 

주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자신의 서초구 반포아파트 전세보증금을 4억3000만원에서 5억3000만원으로 23.3%(1억원) 인상했다. 

 

그는 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세금 인상률과 관련해 “(계약 시점은) 21대 국회가 개원하기 전인 지난해 5월이었고, 부동산이 폭등하거나 전세보증금이 대폭 올라가기 전의 일”이라며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면서 주위 시세에 맞춘 것이다. 낮게 받으면 다른 (임대하는 이웃)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월세를 인상해 논란이 된 박 의원이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여권 인사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임대료를 5% 이상 올려선 안 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 임대차법 시행 직전에 자신들의 주장과 달리 올려 받은 표리부동이 비판받아야 한다”며 “시세대로 가격 받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독려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부동산서 시세보다 싸게 내놓는다 했다” 해명에도… 논란 계속

 

임대차법은 전월세 상한율을 최대 5%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한다. 박 의원은 법 시행 직전인 지난 7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이던 서울 중구 신당동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85만원으로 인상했다. 야권에서 주장하는 ‘전·월세전환율 4%’ 기준에 따르면 월세를 9% 올린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박 의원도 주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신규계약이었으므로 법 시행 이후 월세를 올렸어도 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월세 상한율 9% 또한 주 원내대표의 해명처럼 ‘시세에 맞춘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당시 해당 면적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172만~195만원 선으로 박 의원의 월세 책정은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인상률을 ‘9%’로 책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우종학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대료 9% 인상이 아니라, 6% 인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해 여름 수도권의 전·월세전환율은 통상적으로 6%가량”이라고 강조했다. 야권과 일부 언론이 주장하는 4% 전환율은 ‘권고 사항’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우 교수는 “(6% 전환율에 따르면) 3억에 100만원 계약이 1억에 200만원이 된다. 그런데 박주민 의원은 전세 1억에 월세 185만원으로 계약했으니 오히려 6%보다 작은 5.1%로 전환해 준 것으로 시세보다 싸게 계약해줬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사장님이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해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그는 결국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보직도 내려놨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연합뉴스

◆“청렴한 척해놓고 뒤로 잇속 챙겨” 야당 ‘표리부동’ 공세 계속

 

박 의원도 주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임대차법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야당은 박 의원이 임대차법을 추진한 배경을 강조하며 ‘도덕성’ 논란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청렴한 척, 깨끗한 척, 세상에 있는 정의는 모두 끌어모으는 척하다가 뒤로는 잇속을 챙겼다”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주 의원도 ‘박 의원도 법 시행 전, 시세에 따라 계약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본인이 법안을 주도적으로 이미 내놓은 상태였고, 통과 직전에 언제쯤 통과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을 때 본인은 (인상)했다는 게 앞뒤가 달라서 나쁘다는 것”이라며 “시세대로 가격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난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박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