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업계의 대세를 꼽으라면 단연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카드)를 꼽을 수 있다. 2015년 현대카드가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와 손잡고 내놓은 ‘이마트e카드’를 국내 첫 PLCC로 꼽을 수 있는데, 출시 6년여 만에 PLCC는 카드업계의 대세로 올라섰다.
PLCC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저게 제휴 카드랑 다른 게 뭐야?’라는 질문을 던질 법하다. 카드사들이 특정 업체와 제휴해 내놓은 제휴 카드도 그 업체에서 포인트를 더 받는 등 혜택은 PLCC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 다른 게 있다면 PLCC는 카드사와 제휴한 업체의 역할이 더 커진다.
◆“우리도 PLCC 출시한다”
지난해 현대카드가 PLCC를 잇따라 출시하는 것을 바라만 봤던 경쟁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부동의 1위 신한카드는 2019년 온라인 쇼핑 플랫폼 11번가와 PLCC를 내놓은 바 있지만,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11번가 신한카드’가 현재까지 약 30만장 발급된 반면 현대카드가 이베이코리아와 출시한 ‘스마일카드’는 지난해 말 100만장 기록을 세웠다.
이에 신한카드는 전 세계 133개 국가에서 메리어트, 웨스틴, 쉐라톤, W, 리츠칼튼, 코트야드, 포포인츠 등 30개의 브랜드의 7600여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 호텔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협업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30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호텔에서 우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메리어트 본보이TM 더 베스트 신한카드’를 출시했다. 메리어트 신한카드로 연 1회 무료 숙박권, 국내 메리어트 참여 호텔 조식 5만원 할인 연 2회 혜택, 포인트 적립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는 현대카드와 스타벅스의 협업에 대항해 ‘콩다방’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커피빈과 PLCC를 지난 3월 말 출시했다. 이는 KB국민카드의 첫 PLCC다. 커피빈 전용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소비자는 승인 건당 커피빈 커피 3000원 할인, 커피빈 카드 충전 시 5000원 할인, 연 1회 1만원 모바일 쿠폰 제공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외에도 커피빈 멤버스에 가입한 소비자에겐 월 4회 음료 사이즈업 서비스와 생일 기념 무료쿠폰이 발급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상시 제공된다.
그간 제휴카드 형태로만 타 기업과 협업하며 PLCC 출시에 소극적이었던 삼성카드도 오는 5월 자사 최초의 PLCC를 내놓는다. 현대카드가 네이버와 PLCC를 출시한 것에 맞서 삼성카드는 네이버와 쌍벽을 이루는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삼성카드가 카카오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출시할 PLCC는 카카오페이 포인트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빅4’의 PLCC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이들을 추격하는 입장인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도 PLCC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사용 시 혜택이 좋은 PLCC ‘롤라카드’를 내놓은 적 있는 롯데카드는 지난 3월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와 PLCC를 출시했다. 하나카드도 지난해 4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와 함께 ‘토스 카드’를 내놓은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에 위협을 받던 카드사들이 이들과 협업해 PLCC는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그만큼 PLCC가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하고, 수익성도 괜찮다는 의미”라면서 “코로나19로 소비 트렌드가 바뀐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생활밀착형 PLCC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