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파트값은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네요.”
3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이같이 말하며 그 근거로 ‘쌓이는 매물’을 들었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를 포함해 다수의 아파트가 밀집한 이곳에선 2월 이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족족 팔리던 작년 하반기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며 “주변 단지에서 90여건의 매물이 올라와 있는데 문의조차 뜸한 데다 오늘 집 보러 온 부부처럼 호가에서 최소 억 단위는 깎아줘야 계약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몸값도 점점 낮아지는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5%로 일주일 전에 비해 0.01%포인트 줄었다. 아파트값 장기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데다 금리 인상,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우려가 더해지며 빚어진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원은 최근 아파트 시장 큰손으로 자리 잡았던 30대의 이탈을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30대 이하 위주로 전반적인 매수세가 감소하며 상승폭이 축소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2·4대책의 도심 공급 물량과 3기 신도시 분양 물량 등으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2·4대책이 흥행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들의 관망세를 더욱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2·4대책의 핵심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에 총 431곳의 후보지가 접수돼 이 중 21곳이 1차 선도사업지로 선정된 데 이어 다른 한 축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에도 지자체와 조합에서 48곳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구역 각각 16곳, 24곳이 포함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값은 당분간 ‘매수세 둔화→거래 위축→가격 상승세 둔화’라는 전형적인 숨고르기 양상을 보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본격 조정이나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일부 지역에서 거래 가격이 낮게 형성되고 있지만 또 다른 지역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재건축 시장의 경우 일반 아파트와 다른 흐름을 보인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10.82㎡의 매매가는 지난달 23일 처음으로 30억원(13층)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일 32억5000만원(8층)으로 역대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값도 오르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