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공임대 등 담당 물량 일부 지역개발공사·민간으로 이양 추진 사명 변경도 논의… 이달 말 발표
정부가 3기 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LH 사명을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부는 내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개혁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4일 복수의 정부·여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정은 지난달 말 비공개 실무협의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LH 개혁안을 검토했다. LH에 대한 국민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3기 신도시 사업과 2·4 공급대책 등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LH는 현재 3기 신도시 8곳의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공공임대와 같은 개발사업에서 총 공급물량의 3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혁안이 추진되면 기존에 LH가 시행 기능을 담당하던 물량 일부를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같은 지역개발공사나 민간업체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LH는) 공급계획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지역공사로 이양하는 식으로 권한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는 최근 정치권과 3기 신도시 지역 주민들이 “LH가 과도한 사업시행지분을 갖고 있다”며 사업시행 주체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총연합회는 지난달 “3기 신도시 왕숙지구 사업시행지분은 LH가 99%를, 남양주도시공사는 1%만 갖고 있고 경기도는 행정적 지원만 할 뿐”이라며 왕숙지구 사업시행자인 LH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GH의 사업 참여를 주장했다.
정부는 LH가 갖고 있는 택지조사 권한을 국토교통부로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논의에서는 LH를 토지공사, 주택공사로 분리하는 등 ‘공중분해’ 수준의 쇄신안이 거론됐지만, 공급 지연과 주택관리 업무비용 상승 등의 우려를 고려해 ‘역할과 기능 축소’ 조치로 방향을 튼 셈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LH 사명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로 조직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정부는 내부 검토를 거친 최종 개혁안을 늦어도 이달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시점은 4·7 재보궐선거 직후로 예상된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대권 도전을 앞둔 정세균 총리가 (사퇴 전) 총리로서 마지막 업적으로 LH 개혁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