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부동산과 도시개발 관련 공약이 모두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재보궐 선거를 사흘 앞둔 4일 도시개발 전문가들을 통해 두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점검한 결과, 전문가들은 양측의 공약이 모두 부동산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이행 과정에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앞서 두 후보의 공약 가계부를 검토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년 3개월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는 이번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2021년도 하반기 인사 정도”라며 “임기 내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은 거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국회와 서울시의회 예산심의 상황에 따라 예산 확보 정도가 결정되고, 공약 실행 여부도 그때 가서야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두 후보 대표 공약인 주택 공급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박 후보는 재선 임기 포함 2025년까지 공공주택 30만가구,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18만5000가구를 포함한 36만가구 신규 공급을 약속했다. 심 교수는 통화에서 “박 후보는 내년에 대선이 있어 여권이 표심을 고려하면 공공주택을 많이 짓기 힘들겠고, 오 후보는 재건축 이익환수나 개발이익부담금 등이 중앙정부 관할이라 이행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부동산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30만가구가 얼마나 많은 숫자이냐면, 분당 신도시가 10만가구이므로 서울에 분당 신도시 3개를 5년 이내에 지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 후보 모두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35층 층고 제한 완화 등 정부 정책과 결이 다른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박 후보의 공시가격 인상폭 제한, 오 후보의 재산세 감면 등도 중앙정부·국회와 협조 없인 실천이 힘들다. 청와대는 기존 부동산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후보의 공약이 선거용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내년까지도 표를 의식하지 않는 부동산 정책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정으로 ‘정권심판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여권으로서도 내년 3월 대선까지 민심을 돌리기 위해선 이번 두 후보의 공약처럼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朴 도시개발, 시민 호응이 문제”
‘21분 콤팩트 도시 서울’은 박 후보가 내놓은 전체 공약 중 우선순위 1위를 차지했다. 서울 어느 곳에서든 21분 안에 직장·교육·보육·쇼핑·문화 인프라를 접할 수 있도록 서울을 21개 다핵분산도시로 쪼개는 구상이다. 다핵도시의 중심엔 1인 주택·오피스·스마트팜·도서관·돌봄센터 등이 포함된 ‘수직정원’이 들어서면서 ‘21분 생활권’을 완성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권 교수는 “내 집 앞에 가로수가 막혀 있어도 잘라내자고 하는 판에 수직정원이 호응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 방식의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를 공약하기도 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시민호응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10∼20년 지나면 건물값이 폭락할 텐데, 시민들이 자본이익이 없는 집에 투자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재산세에 더해 토지가 내 것이 아니므로 토지임대료까지 내고, 추후 개발이익은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며 “월세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반문했다.
◆“吳, 문제 피하는 소극적 공약 일관”
오 후보 대표공약인 ‘스피드 주택공급’ 공약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18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오 후보 측은 대부분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유도하는 것이라 공약에 쓰이는 예산 모두 회수가 가능해 소요 추정 예산이 0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가급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한 소극적인 공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도시개발 공약으로는 ‘균형발전 서울’이 있다. 동북권에는 창동차량기지 개발, 서남권에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서북권에는 서울혁신파크 재조성 등 권역별로 핵심시설을 유치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창동차량기지 부지에 농구장을 건설하고 대형쇼핑공간을 만드는 게 왜 균형발전 공약인가”라며 “도시디자인은 시장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초과이익환수제 해결돼야 재개발·재건축 가능”
두 후보 모두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약속했지만 “권한 밖의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장 큰 ‘시어머니’인 초과이익환수제가 완화되지 않는 한 재개발·재건축은 진도를 빼기 어렵다”며 “그런데 이는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수·김주영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