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戰 또다른 경우의 수, 인수 불발 시나리오? [일상톡톡 플러스]

이커머스 판도 바꿀 이베이코리아 매각…만일 불발되면? / 3강 체제 무너지고 1강 독주, 외국 자본 참전 가능성 등 배제 못해
서울 강남구 이베이코리아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베이코리아의 예비입찰에 국내 유통업계 맞수로 손꼽히는 신세계와 롯데가 동시에 참여함은 물론, 공격적인 확장전략으로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려는 SK텔레콤 및 MBK, 큐텐 등도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입찰 이후에도 각 기업의 수장들이 직접 인수 의사를 피력하는 등 '강 대 강'으로 맞서면서도 물밑에서는 주판알을 튕기며 분주한 모습이다.

 

매각 금액이 너무 높다는 일부 회의적인 시각과 각각의 기업들이 처한 복잡한 내부 상황에도, 누구 하나 인수전에서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전략적 요충지로서 가지고 있는 가치 때문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원 수준으로, 네이버쇼핑(21조원)과 쿠팡(20조원)과 함께 규모면에서 'TOP 3'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를 차지하는 자가 곧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를 놓치면 선두권 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인수를 둘러싼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각종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원매자들이 적격 인수후보에서 이탈하는 등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이 불발되는 경우의 수다.

 

◆인수 불발 시나리오1 : '이커머스판 삼국지' 무너지고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잠식 이뤄지나?

 

이베이코리아 매각이 불발로 끝난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이 예상한 첫 번째 시나리오로, 이커머스판 삼국지라고 불리는 ‘네이버쇼핑’ ‘쿠팡’ ‘이베이코리아’ 3강 체제가 무너지고 강력한 1강이 등장할 것을 꼽았다. 

 

지배적 사업자의 독주와 그 외 기업들이 국지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서울 신세계 백화점 본점(왼쪽 사진)과 경기도 분당 네이버 사옥. 연합뉴스

네이버는 ‘反쿠팡’이라는 기치로 풀필먼트 영역에서는 CJ대한통운과 주요사업에 대한 협력을 위해선 유통 공룡 신세계와 손을 잡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와 배송 등 쿠팡이 누적 적자를 감내하면서 이룩한 당일배송 등의 강점을 제 것으로 만들고, 전통 유통 강자 DNA를 이식해 상품 소싱 능력마저 강화한다면 네이버쇼핑의 이커머스 잠식은 먼 미래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인수 불발 시나리오2 : 이베이 추가 투자, 제3의 외국자본 국내 진입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해

 

일각에서는 지배적 사업자 등장 외에도 이베이 추가 투자나 제3의 외국계 자본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앞서 이베이 그룹은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대안을 검토하고, 주주들을 위해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업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옵션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대안은 매각이었으나 매각이 불발될 경우 추가 투자를 통한 사업 확대는 없다고 단정 지은 것도 아니다. 이베이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단행, 한국시장의 탈환에 나선다면 국내 이커머스 판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3의 외국 자본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아마존 등 한국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 위해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1번가 지분 인수를 통해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건 바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목소리 내려면 이베이코리아 잡아야"

 

이베이코리아의 인수가 불발되는 경우의 수도 이커머스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팽창하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몸값이 5조원에 달하는 대형 매물이라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으나, 단숨에 영향력을 끌어올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각 기업에서도 잘 알고 있는 만큼 경쟁자에게 넘길 수도 없는 형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각 기업 입장에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정도 인지가 관건일 듯하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