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전 업계에서도 ESG 요소를 속속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탄소저감을 위해 노력하는 건 기본이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소비자를 위한 기능까지 세심하게 신제품에 적용한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부 TV 제품에만 적용했던 ‘에코패키지’를 최근 전 제품으로 확대했다. 에코패키지는 TV 배송에 사용되고 버려지는 종이박스 겉면에 점 형태의 디자인을 입혀 소비자가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서 재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다. 소비자들은 포장재로 잡지 선반이나 고양이 집 등 다양한 소형가구를 재탄생시킬 수 있다. 배터리 사용을 줄이고자 태양광이나 실내조명을 활용해 충전하는 ‘솔라셀’을 적용한 친환경 리모컨도 도입됐다.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TV를 즐길 수 있도록 청각이 불편한 소비자들을 위한 자동 수어 확대 기능하고 시각이 불편한 색각 이상자들을 위한 색 보정 앱 등의 기능을 신제품에 적용하기도 했다.
삼성과 LG 외에도 국내 대부분의 기업은 ESG 경영을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아직 이 같은 요소의 접목이 초기 단계라 ESG 경영전략 수립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개념이 모호하고, 기관마다 평가방식이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ESG에 관해 관심이 높다는 응답 비율은 66.3%로 집계됐다. ESG 경영과 관련한 구체적 연간목표 수립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71.3%가 수립했거나 수립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5.5%는 ESG위원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ESG 전략 수립 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29.7%가 ‘ESG의 모호한 범위와 개념’을 꼽았다. 이어 ‘자사 사업과 낮은 연관성’(19.8%), ‘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방식’(17.8%), ‘추가 비용 초래’(17.8%), ‘지나치게 빠른 ESG 규제 도입 속도’(11.9%) 순으로 답이 나왔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