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이커머스)기업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고, 마켓컬리도 상장을 추진하는 등 국내 유니콘(Unicorn)기업들이 속속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유니콘기업이 해외 증시에 상장되는 것을 두고 ‘한국 유니콘의 쾌거’로 보는 시각과 국부 유출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뜻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이 미국 증시에 입성한 이후 다른 이커머스 기업인 마켓컬리 역시 올해 중 뉴욕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켓컬리 역시 쿠팡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마켓컬리의 주요 주주 현황을 보면 DST글로벌과 세쿼이아캐피털·힐하우스캐피털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이 50%를 넘는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유니콘기업은 총 20개로 미국(237개), 중국(121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유니콘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반면에 스타트업(Startup)의 해외진출은 글로벌시장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특히 국내 유니콘기업이 해외 주식 상장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국내에 미칠 영향력을 중심에 두고 청사진을 그리는 데 더욱 생산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고용창출 효과다. 쿠팡 한국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5만명, 게다가 쿠팡은 2025년까지 5만명을 새롭게 충원할 계획이다.
최향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해외 자본이 들어왔을 때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것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해외 자본이 들어와서 국내에서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세수나 고용을 늘리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자본의 국적을 가릴 건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 유니콘기업이 보다 더 수월하게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1주로 여러 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제’의 도입이다. 차등의결권제는 미국 증시에는 있지만, 국내에는 없는 대표적인 제도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도 국회에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협의가 여야 간 진행 중이고, 그 부분이 해소되면 국내 상장에 그런 (유니콘)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