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공식 선거 유세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청년’이었다. ‘정책’과 ‘부동산’, ‘돌봄’ 등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에 등을 돌린 2030 청년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 반면 박 후보 측 선거 캠프 메시지에서는 ‘땅’, ‘거짓말’ 등 단어가 주를 이뤘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박 후보는 정책을, 박 후보 측 캠프는 네거티브 메시지를 발신하는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세계일보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사전투표 하루 전인 지난 1일까지 박 후보와 캠프 측 메시지를 ‘젤리랩 형태소 분석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박 후보 측 캠프에서 낸 논평들을 종합하면, ‘땅’(57회)이 두드러지게 언급됐다. ‘故’(고·55회), ‘거짓말’(43회), ‘측량’(37회)이 뒤를 이었다. 대부분 오 후보 처가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이 있는 단어였다. ‘내곡동’(30회)이라는 말이 다수 언급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故’(고)가 다수 언급된 이유는, 지난달 26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박 후보 측 강선우 대변인이 논평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전, 제2연평해전으로 숨진 우리 군 장병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추모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건은 박 후보 입장에서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박 후보가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2010년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음모론을 제기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박 후보 측은 서해수호의 날 하루 유세 과정에서 로고송 재생과 율동을 멈췄다. 박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조국을 위해 바친 장병들의 희생은 우리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박 후보를 향해 “후안무치의 극치”라며 “지금도 천안함 폭침에 대해서 미국의 소행이라고 보는지 공개 질의한다”며 박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밖에 박 후보 측 캠프에서는 ‘참사’(25회), ‘증언’(24회), ‘MB’(19회) 등을 언급했다. 오 후보가 과거 서울시장 재직 시절 용산 참사가 발생했음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동시에, 그가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한 세트’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