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을 수습하는 것조차 너무 위험합니다. 군경이 구급대원한테도 막 총을 쏘니까요.”
미얀마에서 활동 중인 어느 구급대원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겨냥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미얀마는 민간인 사망자만 600명에 이르는 최악의 상황이다. 정규군 간의 전쟁에서도 사상자를 수습하는 위생병을 공격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는데, 미얀마는 지금 이런 가장 기본적인 수칙조차 지켜지지 않는 킬링필드(대량학살 현장)가 돼 가고 있다.
6일 미얀마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밤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19세 여성 텟텟윈이 군경의 총격으로 숨졌다. 텟텟윈은 무장을 한 것도 아니고 반군부 시위와 무관하게 그냥 남편이 몰던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있었을 뿐인데 군경은 통행금지령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부부에게 조준사격을 가했다.
당시 부부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시각은 군부가 정한 통금 시간인 오후 8시를 한 시간가량 넘긴 9시 무렵이었다. 남편이 모는 오토바이가 교차로를 지날 즈음 군인들이 “멈추라”고 외쳤으나 그대로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군인 한 명이 오토바이를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총알 한 발이 남편의 복부를 관통하면서 뒷좌석의 텟텟윈한테도 중상을 입혔다.
남편은 총을 맞은 채 인근 병원을 찾아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아내 텟텟윈는 도중에 사라졌다. 상처 탓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오토바이에서 도로 위로 떨어졌을 것으로 여긴 남편은 급히 구급대원을 대동하고 총격 현장으로 되돌아갔다. ‘골든타임’ 안에 빨리 텟텟윈을 찾아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데려가면 살릴 수도 있다고 남편은 생각했다.
현장에 도착해 살펴보니 텟텟윈은 의식을 잃고 도로 위에 쓰러져 있었다. 최대한 빨리 수습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군경이 사상자를 후송하려고 온 구급대원들을 향해서까지 총기를 난사하는 바람에 도무지 도로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은 “군경이 우리한테도 총을 쏘니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 수습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거의 1시간이 흘러 남편과 구급대원이 겨우 텟텟윈 곁에 다가갔을 때 그는 이미 숨진 뒤였다. 구급대원은 “(텟텟윈의) 사망 원인이 총상인지, 아니면 오토바이에서 도로 위로 떨어지며 머리를 심하게 다쳤기 때문인지는 불명확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급대원은 “(텟텟윈을) 구할 수 없었고, 시신을 수습하는 것조차 너무 위험했다”고 현지 매체에 전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군경은 구급대원들이라고 신경을 쓰지 않고, 아무에게나 총을 쏜다”며 지금의 미얀마 상황을 킬링필드로 규정했다.
전쟁에 관한 국제법상 항복하는 자, 포로, 부상자, 병자 등을 공격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부상자와 병자를 돕는 위생병 역시 공격 금지 대상이다. 물론 이는 정규군 간의 전쟁에 적용될 뿐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은 군경의 민간인 학살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선 “사상자를 수습하려는 구급대원까지 공격하는 건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미얀마 군경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