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된 입양아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가 “폭행은 있었지만,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장씨 측은 정인 양 학대와 폭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살인과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폭행 당시 정인 양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고 살인의 고의·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다.
불과 6개월된 아기를 학대하고 폭행했음에도 죽을지 몰랐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모 장씨 측 변호인은 이날 ‘사망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몇 차례 가격한 사실이 있으며, 손상을 입은 상태에서 충격이 가해져 췌장이 끊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은 앞서 열린 공판에서도 누적된 충격으로 정인 양의 복부와 장기가 이미 손상돼 있었으며, 이로 인해 심폐소생술(CPR)과 같은 상대적으로 약한 충격에도 췌장이 끊어지는 심각한 손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인 양의 사인을 감정한 법의학자는 재판에서 “부검 결과에 따르면 정인 양의 췌장은 사망 당일 외에도 최소 2차례 더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 당시 가해진 충격은 장간막까지 찢어지고 췌장이 완전히 절단될 정도로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CPR로는 췌장이 절단되는 정도의 강한 힘이 복부에 가해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장씨 등의 다음 공판은 7일 열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오는 7일 오후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씨와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모씨의 5회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날 재판에는 국내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가천의대 석좌교수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이 교수는 정인 양 사인 재감정에 참여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이 교수를 통해 정인 양의 사인을 확인한 뒤 장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 역시 검찰의 ‘고의 살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취지의 증언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재판에서는 정인 양이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홀트아동복지회 소속 사회복지사, 장씨 부부의 이웃 주민, 장씨가 정인 양을 방치했다고 진술한 장씨 지인, 장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한 심리분석관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 대부분이 정인 양에 대한 장씨의 심한 학대를 의심하게 하는 정황을 증언했다.
특히 지난달 17일 열린 4회 공판기일에서는 정인 양을 부검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가 증인으로 나와 “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가장 심한 상처를 봤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한편 정인 양의 양부모는 지난해 초 정인 양을 입양한 뒤 3차례나 주변의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양부모에게 돌려보냈고 정인 양은 지난해 10월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끝내 사망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