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미국과 중국에서 잇따라 개최된 가운데 미 조야에선 이번 회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감지된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취임 후 미국보다 중국 외교장관과 먼저 만난 것이 미·중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그릇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중국은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과 밀착하는 일본을 향해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경고장을 날렸다. 그러면서 대만해협 공중과 해상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하는 등 미·일·대만을 겨냥한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올리비아 시버 선임연구원은 “한·중 외교장관이 동의했다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와는 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 평화연구소(USIP) 퍼트리샤 김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동맹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우려하고 있으나, 중국의 최우선 정책은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안정 유지일 뿐”이란 견해를 밝혔다.
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의 전화회담에서 “일본과 미국은 동맹을 맺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도 평화와 우호 조약에 서명했으며 이 조약을 수행할 의무가 있다”면서 “양측은 힘들게 얻은 중·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을 소중히 여기며, 양국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가 소위 대국 간 대결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 측이 중국의 발전을 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중국은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냈다. 외교부는 왕 부장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피력하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등 중국 내정에 대한 일본의 개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발언도 내놨다. 왕 부장은 “특정 초강대국의 의지가 국제사회를 대표할 수 없으며, 이 초강대국을 따르는 소수 국가는 다자 규칙을 독점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중국 해군은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 서남부 오키나와 본섬과 미야코섬 사이의 미야코 해협으로 통과하는 등 대만 주변 해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앞으로 이런 훈련을 정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항모전단이 미야코 해협을 지나 대만 인근 해역으로 향한 건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밀접해지는 대만과 미국 외에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귀전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