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또다시 난기류에 봉착했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이를 재가동하려던 문재인정부 구상이 헝클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당분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개선할 마땅한 모멘텀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여러 차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내 보인 바 있다. 지난달 1일 3·1절 기념식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로서는 남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내년 대선 국면으로 돌입한다. 남북관계 진전 동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연이은 담화를 통해 문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하는 상황에서 우리 측이 북한을 달랠 국내 분위기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대외적 상황도 마냥 편안하지는 않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동맹중심의 대북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인권문제도 대북정책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미측이 구상했던 대북정책의 골격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대단히 깊이 있고 생산적인 토론을 가졌다”며 “(향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외교적 관여를 조기에 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문재인정부가 얼마나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우리 측 뜻을 관철할 수 있을지가 중요 변수가 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돌리겠다는 건 미국과 일본도 동의한 것인데 북한이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이 대외 메시지 측면에서 읽혀진다”며 “우선 북·미관계가 풀려야 남북관계가 열린다.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동조해서 같은 정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