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0대 1 정도를 기록한 검사 선발 경쟁률에도 인사위원회 추천 과정에서 각 수사팀을 이끌 부장검사를 비롯해 검사 정원을 모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들의 자질과 역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탓으로 풀이된다. 공수처가 검사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인사도 별로 뽑지 못한 채 본격 닻을 올리게 돼 수사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지 우려된다.
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진욱 공수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3차 회의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자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지난달 26일 평검사 추천까지 포함하면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19명의 검사를 최종 선별했다. 각각 검사, 판사 출신인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인사위를 통과한 공수처 검사 19명 중 검찰 출신은 4명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면 정식 공수처 검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실제 공수처에 지원한 검찰 출신 인사들의 경우 세평과 평판 조회에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A변호사는 검사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지만 공수처 검사로 지원해 최종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부적절한 글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B검사는 공수처에 지원했지만 면접에 스스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B검사는 공수처 지원 여부를 묻자 답변을 거부했다.
정원 미달과 검찰 출신의 채용 저조로 공수처가 보여줄 수사 역량에 대해 의문부호가 따라붙게 됐다. 특히 판사 출신인 공수처장과 차장을 대신해 수사를 실제 지휘할 부장검사를 2명밖에 충원하지 못한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공수처는 최근 사법시험 출신의 경찰 간부를 파견받은 데 이어 경찰 수사관 파견을 확대해 수사 실무자를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원보다 선발 인원이 적은 것에 대해 “검사 선발 과정이 종료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공수처는 이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초대 자문위원장은 6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이진성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가 맡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