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투표하러 왔습니다."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7일 서울 지역 투표소에는 쌀쌀한 이른 아침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같은 투표소를 찾은 이산옥(78)씨는 "남편이 무릎이 안 좋아 누워있어 투표하지 못한다"며 "남편 몫까지 챙기려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왔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에서 만난 이모(91)씨는 남편(98)과 지팡이를 짚은 채 "나이가 많아 혹시라도 투표하는 일을 까먹을까 봐 아침 일찍부터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일회용 위생장갑 사용에 대해 자원 낭비를 우려하며 미리 장갑을 준비해 온 유권자도 있었다. 출근 전 왕십리2동 투표소를 찾은 김희라(30)씨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실천 중"이라며 가방에서 따로 챙겨온 라텍스 장갑을 꺼내 들고 있었다.
전국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었던 사전투표일(2∼3일)과 혼동해 거주지에 맞지 않는 투표소를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청파동 주민센터에서는 "아무 데서나 투표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아해하는 시민에게 선거안내원이 다른 투표소를 안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번 투표에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며 방역수칙을 잘 지켰다. 청파동 주민센터에서는 한 시민이 투표에 앞서 미리 챙겨온 손소독제를 바르는 모습이 보였다.
전농동 주민센터를 찾은 한 여성은 남편이 앞에 서 있는 사람과 가까이 붙자 "바닥에 붙은 안내선에 맞춰서 서라"며 남편의 위치를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선거사무원들도 다들 비닐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관악구 새들경로당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거리두기가 잘 지켜졌는지 틈틈이 점검하며 줄을 세웠다. 유권자 이모(30)씨는 "매번 투표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곤 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안 된다고 해 비닐장갑 위에 찍었다"고 말했다.
한편 신림동 주민센터에는 투표소 2곳이 각각 다른 층에 설치돼 시민들이 길을 찾느라 혼선이 빚어졌다.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의 거주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해당하는 투표소 층수를 안내했으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바람에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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