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원장은 왜 앉을 의자가 없었나… 에르도안 ‘결례’ 논란

EU 상임의장과 터키 방문
과거 회담 땐 나란히 앉아
“고의적” 비판 목소리
6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유럽연합(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맨 왼쪽부터)이 회담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정상급인데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맨 오른쪽)과 마주 앉았다. 앙카라=신화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함께 EU를 이끄는 양대 축이다. 그런 EU 집행위원장이 터키에서 앉을 의자가 없는 수모를 당해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타임스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EU의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다. 이들은 시리아 등의 이민자들을 수용 중인 터키에 5년간 60억파운드(약 9조2516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EU에 또 다른 난민 위기를 부를 수 있는 그리스로의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회담장에선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세 사람은 같은 정상급이지만 회담장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앉을 의자가 없었다. 그는 미셸 상임의장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의자에 앉는 모습을 바라보며 서 있어야 했다. 당황한 듯 오른손을 내보이며 “음”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결국 두 사람과 약 3.7m 떨어진 소파에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과 마주 앉았다.

 

이를 두고 외교적 결례 논란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출신 소피 인트 펠트 유럽의회 의원은 트위터에 과거 도날트 투스크 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전 집행위원장, 에르도안 대통령이 회담 당시 같은 의자에 나란히 앉았던 사진과 이번 회담 사진을 올려 “(자리 배치는) 우연이 아니고 고의적이다”고 비판했다.

 

201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당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맨 왼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회담하고 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그때와 달라진 것은 EU 집행위원장이 여성이란 점이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이라고도 설명하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터키가 지난달 여성 보호를 위한 이스탄불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다. 다만 회담 뒤 기자들에게 “터키가 이스탄불 협약을 탈퇴한 사실이 매우 걱정된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신호다”고 말하며 에둘러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집행위원회를 이끌며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감독하고, 미셸 상임의장은 27개 회원국 지도자들을 대표한다”며 “두 사람은 일반적으로 동등한 예우를 받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