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5년 만에 곤혹스러운 선거 결과와 마주했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시장직을 석권한 서울·부산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4·7 재보궐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20%여포인트 차의 열세를 보였다. 부산시장 출구조사 결과는 더 벌어져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민주당 김영춘 후보보다 30%여포인트 앞섰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면서 “장기 진보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던 민주당은 불과 1년 만에 전국 선거인의 25%인 1100여만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를 예고했다. 그동안 4050세대와 함께 여당 지지를 굳건하게 해왔던 2030세대가 야당지지로 돌아선 것이 민주당 후보들의 고전에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번 재보선에서 2030세대는 전체 선거인 중 34.8%를 차지해 4050(36.4%)과 맞먹었다. 이들이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면서 판세가 뒤집어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7일 “2030세대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그전에는 보수계열 정당들이 60대 이상에서만 지지를 받아 포위됐는데, 이번에는 ‘4050’세대가 역으로 포위당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0년대에서부터 30년 가까이 우리 정치와 사회를 지배한 86세대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나름의 판단과 정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LH 땅투기 의혹’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야당 국민의힘의 ‘정권심판론’과 맞물리며 폭발력이 배가됐다. 홍 소장은 “정당 지지율에서 야당이 뒤지고 있었는데 야당후보 단일화에서 ‘LH 땅 투기 의혹’, ‘김상조·박주민’ 사건으로 뒤집혔다”며 “그런 사건들이 정책적 실패에 대한 (국민 분노를) 폭발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에 민감한 강남3구(서초·강남·송파)에서 높은 투표율을 보이면서 ‘부동산 분노 투표’의 경향이 엿보였다.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오세훈 후보는 강남3구가 포함된 서울 동남권역에서 67.2%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박영선 후보는 30.5%에 그쳤다. 강남3구는 투표율에서도 서울 평균을 앞섰다.
정권심판에 여당은 ‘인물론’으로 맞서야 했는데 야당 후보들에 대한 네거티브에 집중하면서 구도 전환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은 여당으로서의 정책 경쟁력을 전혀 부각을 못 시키고 끌려간 것 같다”며 “‘내곡동’ 이야기만 하다가 ‘생태탕 선거’를 스스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박형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만 일관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가 문재인정부의 4년간 운영을 평가하는 ‘회고적 투표’ 성격을 보인 것도 원인이었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정권 중반부에 치르는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은 정권 평가적 성격을, 대통령을 뽑는 대선은 미래 지향적 성격이 강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회고적 투표’ 성격이 강했다”며 “1년 전 21대 총선은 문재인정부 평가보다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심판 성격으로 선거가 치러졌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