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국밥은 참 친근한 음식이다. 평소 삼시 세끼를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 먹어도 어울리는 음식이기도 하고, 식사로도 안주로도
정말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지방 출장을 다닐 때도 국밥은 ‘미식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역별로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겨울이면 유독 더 생각이 나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에서 국밥 국물을 떠 호호 불어가며 먹는 묘미는
정말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우리만의 정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국밥
국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 먼저 국밥이 뜨거울 때 국물을 몇 수저 떠 입에 넣어 국밥 자체의 맛을 음미한다. 마치 밥을 반찬 삼아 절반 정도는 국밥과 떠서 비비듯 함께 먹어 준 후 밥이 조금 식으면 국밥 국물에 밥을 말아 뜨끈한 국물을 듬뿍 머금은 밥에 깍두기나 김치를 얹어 먹으면 정말 세상 최고의 꿀맛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국밥은 정말 영혼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밥의 역사
쌀 문화권인 우리에게 국밥은 꽤 긴 역사를 지녔다. 사실 국에 밥을 말면 그것이 국밥인지라 정말 역사라기보단 그냥 삶 그 자체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국밥이 우리에게 상업적으로 알려진 것은 조선 후기다. 드라마 사극 같은 것을 보면 조선시대 때에 주막에서 국밥을 먹고 있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주막 자체는 여행객들이 묵어갈 수 있는 공간과 약간의 주류 정도만 제공이 되었고 음식은 제공되는 곳이 적었다고 한다. 화폐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조선 후기부터 주막에서 국밥 같은 음식 메뉴를 판매하였다고 전해진다.
상업적 이전에 국밥은 단체급식 같은 의미가 있었다. 큰 가마솥에 국물을 대량으로 끓여 노역장이나, 행사, 전쟁터 같은 곳에서 배식하기에 아주 적절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지역별 국밥
서울 설렁탕, 전주 콩나물국밥, 부산 돼지국밥, 곤지암 소머리국밥, 병천 순대국밥, 창녕 수구레국밥, 통영 굴국밥, 공주국밥, 나주곰탕 등 전국적으로 지역 특산품과 어울리는 개성 강한 국밥들이 많다. 그중 두어 가지만 꼽자면 서울의 설렁탕과 부산, 밀양의 돼지국밥이다.
서울의 설렁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소금으로 간을 하고 취향에 맞게 깍두기 국물을 넣어 먹기도 한다. 가끔 소면이 들어 있는 설렁탕 집이 있는데, 그런 곳이 집 근처에 있다면 자주 갈 것 같다. 설렁탕은 다른 국밥들보다는 고명이 적은 감이 있어 조금 아쉬운 감이 있다. 그 대신 큼지막한 대파를 송송 썰어 후추를 뿌려 먹으면 그 아삭아삭한 대파의 단맛과 고추와는 다른 매콤한 맛의 후추 향이 입안에 퍼지며 그 자체로도 보약처럼 온 몸에 녹아든다. 한겨울이면 집집마다 사골을 사다 큰 냄비에 끓여 재탕 삼탕을 해가며 따뜻한 국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경상도의 돼지국밥은 깊은 국물맛과 푸짐한 고기들, 정구지(부추), 소면이 밸런스를 지키는 정말 완벽한 국밥의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때 서울 토박이 촌놈이 부산여행을 갔을 때 돼지국밥을 한입 먹어보고는 3일 내내 돼지국밥만 5번을 먹었던 것 같다. 아침을 돼지국밥으로 먹고 저녁에 반주로 돼지국밥을 먹고 또다시 아침을 돼지국밥으로 해장하는 돼지국밥의 ‘뫼비우스띠’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행복한 여행이었다.
#서양 요리 스튜
한국에 국밥이 있다면 서양에는 스튜가 있다. 스튜는 삶는다는 뜻의 ‘브레이징’을 조금 더 세분화시킨 조리법으로 작은 고깃덩어리는 자작하게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옛날 만화영화를 보면 벽난로 화덕에 큰 냄비가 걸려 있고 큰 주걱으로 휘젓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스튜들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뵈프 부르기뇽, 헝가리의 굴라시, 이탈리아의 오소부코와 폴로 알라 카치아토라, 러시아의 스트로가노프 같은 국물 자작한 찜 요리들을 스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토마토소스 향 가득한 소고기 스튜를 만들어 본다.
오스테리아 주연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