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의 정지석(26)과 우리카드의 나경복(27)은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다. 이들이 입단한 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가 구단 새 역사를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고졸 얼리드래프트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정지석은 차근차근 실력을 키워 마침내 공수를 겸비한 V리그 최고 만능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입단 이후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을 포함해 정규리그 3회, 챔피언결정전 1회 우승으로 ‘만년 3위’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동기부여도 확고하다. 대한항공은 이번 챔프전을 통해 창단 첫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앞서 3번의 정규리그 우승 때는 모두 챔프전 마지막 순간 고배를 들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진정한 명문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한 기회다. 우리카드 역시 우승이 간절하다. 그들은 지난해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치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포스트시즌이 취소돼 챔프전 우승 도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이번에 우승을 따내 명문구단으로 가는 초석을 닦겠다는 의지가 뜨겁다.
이런 놓칠 수 없는 결전을 최선두에서 이끄는 것이 토종 에이스 정지석과 나경복이다. 두 팀의 외국인 공격수와 주전급 롤플레이어들의 전력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결국 승패는 두 선수의 손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며 알렉스, 요스바니 등 외국인 선수와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시리즈 흐름이 오갈 수밖에 없다.
이번 챔프전은 2020년대 초반 V리그 최고 선수를 가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정지석은 2018~2019시즌, 나경복은 2019~2020시즌 나란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섰다. 두 선수가 중심이 돼 치르는 이번 시리즈 결과로 단 한 명의 ‘최고’ 토종 공격수가 결정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