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과정에서 주택시장 규제 완화를 역설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면서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여당이 서울의 25개구 전체에서 야당에 밀린 이번 선거의 주요 패인 중 하나로 과도한 규제와 연이은 부동산 실정에 따른 국민 배신감이 거론되기에 문재인정부 부동산정책 흐름의 대대적인 수정은 아니라도 미세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단 정부는 기존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흔들림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2·4대책을 포함한 주택공급대책을 일정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2·4대책 발표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을 줄이고 있는데 주요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 강세가 계속되는 점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지난 5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전과 동일한 0.5% 올랐는데, 송파구가 0.09%에서 0.10%로 상승폭을 키웠다. 강남·서초구(0.08%), 노원구(0.09%), 양천구(0.07%) 등의 상승률도 높았다. 모두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가 있는 지역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유지하되, 정부가 이번 선거 민심을 받들어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나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경감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풀어주는 문제는 이미 관계 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공시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공시가가 단번에 크게 올라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일부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필요시 보유세 등의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나기천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n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