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빼고 법원이랑 가해자가 다 같은 편인 것만 같아요.”
‘서울대 음대 교수 제자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 A씨는 가해자인 B교수를 2019년 5월 고소한 뒤 2년 가까이 무력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오랜 고민 끝에 고소를 결정했지만, 2년이 다 되어갈 동안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아 일상으로의 복귀가 요원해져서다. 최근 코로나19 ‘4차 유행’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민참여재판이 예정된 해당 재판 1심 선고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재판이 늘어지는 건 피해자 입장에선 또 다른 고통이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엔 재판 개최나 유·무죄 여부가 계속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상처로 남은 기억을 계속해서 복기하게 되는 것이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재판이 지연될수록 피해자에게는 부담이 커지고 힘든 일”이라며 “재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민참여재판은 국민이 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제도로 2008년 도입됐다. 피고인은 첫 공판기일이 열리기 전까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으며, 재판부 판단에 따라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해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 실시 결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국민참여재판 실시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재판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철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피고인의 4대 권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며 “재판부가 코로나19를 감안해 애초에 인용 신청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된 B교수와 C교수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건 국민참여재판의 성범죄 무죄율이 월등히 높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국민참여재판에서의 성범죄 무죄율은 18%로 일반재판(2.4%)보다 7.5배 높다. B교수 측 변호인은 “판사가 (일반인보다) 더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생각에 신청했다”고 했다.
이희진·이지안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