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10년 만에 복귀하면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는 물론 차별화한 정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강변 아파트 층고제한 및 재개발·재건축 규제, 도시재생 사업 등 ‘박원순표’ 부동산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히 부동산정책은 집값·전월세 급등과 땅·주택 공시가 인상 논란 등 현 정부에 분노한 민심과 직결돼 있는 데다 1년3개월에 불과한 짧은 임기 동안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수월한 영역이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정부 및 서울시의회와의 갈등이 예상되고, 섣부른 부동산정책 전환은 집값 상승 등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 시장은 업무 개시 첫날인 8일 서울시의회를 찾아 원활한 시정 운영을 위한 소통과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시 주요 정책 현안과 예산 편성 등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는 전체 110명 의원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오 시장은 김인호 시의회 의장을 만나 “제가 속한 정당이 워낙 소수정당이기 때문에 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으면 어떤 일도 원활하게 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말 큰 도움과 지도편달을 부탁 드린다”고 몸을 한껏 낮췄다.
도시재생사업은 방향이 바뀌거나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도시재생 사업지를 돌며 “박 전 시장의 도시재생사업은 정말로 수천억원을 들여 ‘페인트칠’을 한 게 전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집값이 고공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종로구 창신·숭인동, 용산구 서계동, 수색 14구역, 신림 4구역 등 도시재생사업 지정으로 재개발이 묶였던 지역들은 벌써부터 도시재생사업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5년간 일할 때 머리로 일했다면 (이제는)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와 자치구의 여대야소 상황은 오 시장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시의회·자치구들과 갈등만 빚다가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내년 대선·지방선거를 맞이할 수 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정치전문대학원)는 “내년 대선이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도 정책에 대해 무작정 반대하진 못할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지지를 받은 오 시장이 시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얘기하면 균형 잡힌 대화가 나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