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스타항공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주지검 형사 3부(임일수 부장검사)는 9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의원은 2015년 12월 이스타항공의 장기 차입금을 조기 상환해 재정 안정성을 해치는 등 회사와 직원에 약 430억원의 금전적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자금 및 재무 담당 간부 A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의 조카로 알려진 A씨는 그룹 전체 계열사가 보유 중인 시가 약 540억원 규모의 이스타 항공 주식 약 520만주를 100억여원에 특정 계열사로 저가 매도, 이들 계열사에 430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다. 2016~2019년 그룹 계열사의 채권 가치를 임의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수십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계열사의 자금 38억원을 임의 사용한 조카의 횡령 범죄에 일부 가담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의원의 지시에 따라 조카가 범행을 한 것으로 판단,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10일 재판에서 “이스타 항공의 실무자로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굉장히 억울하다”고 항변한 바 있다.
A씨의 변호인도 “공소 사실을 보면 이 의원이 주도적으로 범행을 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이득도 얻은 것으로 돼 있다”며 검찰의 공소장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어 “최정점에 이 의원이 있는 것이고 조카는 실무자에 불과하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 의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중 정당법 위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정당법 위반 혐의는 자체 인지해 수사로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타항공 노동조합과 국민의힘 등이 지난해 8~9월 대량 해고사태와 관련한 횡령과 배임, 회사 지분 불법 증여 등 혐의로 이 의원과 경영진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상직-이스타 비리의혹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를 꾸려 ▲2014년 횡령·배임 유죄 판결을 받은 친형과 이 의원의 공모 여부 ▲지주회사 이스타 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관련 횡령·배임 ▲이스타 홀딩스를 통한 자녀 상속세 조세포탈 여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노조도 검찰에 조세포탈과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를 물어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 간부들을 고발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으며, 검찰은 그를 소환 조사하는 한편 이스타항공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이 이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 수사기관에 연행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 전주지법이 이 의원의 체포동의 요구서를 검찰에 송부했으며, 요구서는 국회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 요청을 받은 뒤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24시간 후 72시간 내 표결해야 한다. 동의 여부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국회 본회의 일정은 대정부 질문이 있는 오는 19일이다. 이에 이 의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 일정도 그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