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논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샅바싸움에 본격 돌입했다. 두 당 모두 자신이 4·7 재·보궐선거 압승의 주역임을 내세우면서 합당 시기와 방식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선 합당이 시간 문제란 전망이 나오지만, 자연인 신분이 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무슨 대통합 타령인가”라며 합당 효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합당 논의의 포문을 연 건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통합·미래·번영’을 야권의 핵심가치로 제시하면서 특히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자신이 단일후보가 되든, 되지 않든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어 국민의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태규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를 ‘승리의 견인차’로 치켜세우며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다면 (국민의힘의 압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보선 승리의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보도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두 당의 합당을 포함한 야권 대통합론을 두고 “지금 야권이란 것은 없다. 몇몇 사람이 자기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야권을 부르짖는 것”이라며 “지난해 총선 때 ‘보수 대통합’만 하면 승리한다더니 결과가 뭐였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국민의당과 합당하면 당협위원장 (자리를) 나눠 먹어야 하고 당이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지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를 겨냥해서는 “‘지금 합당해서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인다”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