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에 강남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마포구 성산동 등에서 몇몇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오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 ‘취임 후 1주일 내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조합 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서 가격 상승세를 탄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단지 중 현대 아파트 7차는 재·보궐선거 이틀 전인 지난 5일 11층의 전용면적 245.2㎡(80평)가 8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6개월 전 67억원(9층)을 누른 신고가로 전국을 기준으로도 최고 아파트값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른바 ‘로열동’이라 불리는 인기 동에서 나온 드문 매물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재개발 지역 중에서는 성동구 성수동 소재 성수 전략정비구역이 ‘50층 개발‘ 기대를 받고 있다. 앞서 오 시장은 2009년 재임 당시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성수 전략정비구역을 지정하고, 당시 기부채납(공공기여) 비율을 25%로 늘리는 대신 아파트를 최고 50층 높이로 지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이후 박원순 시장 아래에서는 35층 층고 제한에 막혀왔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에서는 호가가 오르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이 지역의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뉴시스에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를 공약한 뒤 호가도 1억원가량 상승했다”며 “지금은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지속하면서 전반적으로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지만,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는 ‘규제 완화 속도전’을 앞세워 10년 만에 시장직에 복귀한 오 시장 덕분에 기대감이 남다르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실제로 오 시장의 주요 부동산 공약을 살펴보면 ▲1년 내 도시계획 규제 혁파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로 18만5000가구 추진동력 확보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 도입으로 3만 가구 공급 ▲‘상생주택’으로 7만 가구 공급 등이다. 특히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쥔 오 시장인 만큼 용적률 및 안전진단 통과 기준 완화 등의 카드도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5년간 전체 36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더불어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규제 완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오 시장의 공약에 이른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도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5%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송파구는 방이동 재건축 단지 등을 중심으로 0.10%, 강남구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서초구와 더불어 0.08% 각각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은 각각 0.09%, 0.07% 뛴 노원구와 양천구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오 시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너무 서두르다가 또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하다가 주변 집값을 자극해서 누를 끼칠 가능성이 있고 해서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하겠다”고 속도 조절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