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배우조합상(SAG)을 수상한 데 이어 영국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 ‘미나리’로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한국시각으로 12일 오전 3시(현지시각 오후 7시) 진행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ritish Academy Film Awards)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니암 알가르(‘종말’), 도미니크 피시백(‘유다와 블랙메시아’), 애슐리 메덱(‘컨트리 라인’) 등 쟁쟁한 후보를 꺾고 얻은 쾌거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온라인으로 참석한 윤여정은 수상자로 이름이 호명되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는 한국의 여배우 윤여정이다. 어떤 말을 할지 모르겠다. 후보에 올라 정말 영광이다. 아, 이제 수상자죠”라며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 9일 타계한 필립공을 언급하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추모한 뒤 “정말 감사하다. 모든 상이 의미 있지만, 이 상은 특별한 영국분들에게 받아서 기쁘다”며 “고상한 척하는(Snobbish) 영국인들이 나를 인정해줬기 때문”이라고 농담을 던져 진행자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이후 웃음과 박수갈채는 한참 이어졌다. 이렇듯 74세의 나이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윤여정은 특유의 위트와 여유 있는 수상 소감으로 남다른 배우의 면모를 영국인에게도 각인시켰다.
1947년 출범한 영국 아카데미는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영미권의 메이저 시상식 중 하나다. 앞서 윤여정은 지난 5일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도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영국 아카데미까지 석권하며 오는 25일 열리는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다만 ‘미나리’는 이날 시상식에 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외국어영화상 등 6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여우조연상(윤여정)을 제외하고 다른 부문은 불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앞서 이 시상식에서 박찬욱 감독이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각색해 연출한 ‘아가씨’가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