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4차 유행에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전면적인 대응보다 지역·업종별 ‘핀셋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의 희귀혈전증 논란으로 백신 접종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더욱이 사회적 거리두기나 백신 접종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도 국민 불안과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주간 일평균 환자 600명대… “당장 추가 방역조치는 안 해”
일괄적인 거리두기 상향을 하지 않은 데 대해 정부는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 선의의 피해 발생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고려한 판단이다.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날 “당장 단계를 격상해도 부족한 위기 국면이지만,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것은) 국민 불편이 장기화하고 자영업자의 고통과 피해를 감안한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하면 정부가 4차 유행에 대비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방역에 협조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은 지난해부터 필요하다고 이야기가 나왔던 만큼 진전된 내용이 없는 셈이다.
방역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령층에 집중된다. 요양시설·병원은 백신 1차 접종을 했지만, 지역사회에 더 많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백신 접종은 초기 단계다. 만 75세 이상 접종률은 4% 수준이고, 만 65∼74세 접종은 시작도 안 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 이익에 급급해 장기적 이익을 못 보고 있다”며 “자영업자 등에 대한 보상·지원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국민들에게 열심히 하라고만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투명에 신뢰는 바닥
코로나19 백신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충분한 양의 백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이지 않았던 게 패착으로 지목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으로 희귀혈전증이 나타나면서 30세 미만에 대한 접종이 제한됐다. 2분기 대상자 약 64만명이 맞을 백신이 현재로서는 확보된 게 없다.
백신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전하는 언론 보도 댓글에는 “모더나 화이자는 거의 전무할 정도로 못 사놓고 이제 아스트라제네카도 맞지 말라고 한다”거나 “왜 문제 있는 백신을 계속 맞히려는 것이냐”는 등 가시 돋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2분기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있다. 한 달 새 3차례 수정됐고, 30세 접종 중단으로 또다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일정은 조금씩 늦어졌다. 당초 지난 8일 접종 예정이던 특수교육 종사자와 보건교사 등은 나흘 늦은 이날 시작됐다. 16일부터 예정됐던 장애인·노인·보훈 돌봄 종사자와 항공승무원, 대상 예방접종은 이날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19일부터 접종한다. 23일부터 접종하려던 투석환자도 26일부터 사전예약을 받기로 했다.
정 교수는 “4차 유행을 향해 나아가는 시점에서 백신 접종이 사회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그런 면에서 백신 수급 상황은 너무나 아쉽다. 조금 더 다양한 백신을 더 빨리 들여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